쇼핑하듯 주사하는 사회, 그 끝에 도착한 치명적 청구서
인류의 역사에서 아름다움, 특히 '마름'에 대한 욕망이 이토록 손쉽게 기술의 영역으로 편입된 적이 있었던가. 2025년 현재, 세계는 바야흐로 '기적의 비만치료제' 시대다. 오젬픽, 위고비, 젭바운드. 이 이름들은 단순한 의약품 브랜드를 넘어, 노력 없이 완벽해질 수 있다는 현대판 연금술의 주문이 되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이다. 최근 사이언스타임즈 김민재 리포터의 기사 <가짜 오젬픽의 역습, SNS가 키운 치명적 시장>은 이 화려한 트렌드 이면에 도사린 치명적인 함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오늘 이 기사를 빌려,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디지털 네트워크를 타고 위험한 도박으로 변질되었는지 사유해보고자 한다.
욕망의 알고리즘, 그리고 통제 불능의 시장
사이언스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초과 수요' 상태다. 미국 인구의 12%가 지난 1년간 이 약물을 사용했고, 영국에서는 국민 5명 중 1명이 약물을 구입했다는 통계는 실로 충격적이다. 정품 의약품의 생산 라인은 이 폭발적인 욕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가짜'들이다. 영국 당국이 압수한 25만 파운드 규모의 밀수 약물, 러시아에서 발견된 금지 성분(시부트라민)이 포함된 위조 약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병원 문턱을 넘는 대신, 클릭 몇 번으로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집으로 배송받고 있다.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는가? 그 중심에는 SNS가 있다.
"현대 기술의 가장 큰 성취는 정보의 속도가 아니라, 욕망이 전파되는 속도에 있다."
일론 머스크나 세레나 윌리엄스 같은 유명인들의 사용 고백은 기폭제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의료 행위'가 아닌 최신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장하며 전시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피드 속 완벽한 몸매는 "너도 이 주사 한 방이면 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 SNS는 복잡하고 신중해야 할 의학적 결정을, 마치 신상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듯한 소비 행위로 단순화시켰다.
| AI가 그린 가짜 오젬픽 이미지 |
'라이프스타일'로 위장한 죽음의 그림자
기사가 지적하듯, 체중 감량은 철저한 의학적 과정이지 단순한 미용 트렌드가 아니다. 그러나 SNS가 만든 필터 낀 세상에서 이 경계는 무너졌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효과가 없거나 오염된 약물은 기본이고, 영국에서는 미용실에서 비의료인에게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고 사망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는 명백한 의료 시스템의 실패이자, 욕망에 눈먼 사회가 치러야 할 비싼 대가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내 몸에 주입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그 '아름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정한 건강인가, 아니면 타인의 시선에 전시하기 위해 조작된 이미지인가.
결론: 환상에서 깨어나 진짜 건강을 마주할 시간
사이언스타임즈 기사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해결책을 제시한다. SNS 플랫폼의 규제 강화, 정품 공급 확대, 그리고 공중 보건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다. 모두 타당하고 시급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근본적인 차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태의 본질은 약물의 부족이 아니라, '건강마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의 과잉이다. 욕망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나침반이기도 하다.
진짜 건강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자기 절제의 과정 속에 있다. 그것은 바이럴 되지 않고, '좋아요'를 많이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짜다. 이제 스마트폰 화면 속 가짜 기적에서 눈을 돌려, 내 몸이 진짜 필요로 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의사의 진료실에서, 그리고 정직한 땀방울 속에서 말이다.
[참고 기사]
사이언스타임즈 - 가짜 오젬픽의 역습, SNS가 키운 치명적 시장 (2025.12.05, 김민재 리포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