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웨어러블 센서와 e-헬스케어의 새로운 지평

나노의 정밀함으로 완성한 방패: 웨어러블 UV 센서와 레이저 공정의 혁신

우리는 빛의 시대에 살고 있다. 태양은 생명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기도 하다. 자외선(UV)은 피부 깊숙이 침투해 노화를 촉진하고 건강을 위협한다. 인간이 자연의 빛을 통제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읽어내고 대응하는 방식은 기술의 진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조주형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웨어러블 광 센서와 레이저-소재 상호작용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측정 도구의 개발을 넘어, 인간의 피부와 기계적 소자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e-헬스케어의 중대한 변곡점이다.

AI 제적 그림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기술, 웨어러블 UV 센서

조주형 박사팀의 연구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III-V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마이크로포토디텍터(µPDs)를 활용한 센서다. 기존의 딱딱하고 이질적인 센서와 달리, 이들이 개발한 것은 피부에 밀착 가능한 3D 다공성 패치 형태다.

생각해보라. 우리 피부는 숨을 쉰다. 기계가 인간의 몸에 붙기 위해서는 기계 또한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 3D 다공성 구조는 이러한 생물학적 요구를 공학적으로 해결한 결과물이다. 이 센서는 실시간으로 자외선 노출량을 모니터링한다. 수치는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는 곧 예방 의학의 핵심 지표가 된다. 이는 미용의 영역을 넘어 피부암 예방과 같은 실질적인 의료 솔루션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You can't manage what you can't measure)는 피터 드러커의 말은 경영학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의 불변의 진리다.

레이저, 소재의 한계를 조각하다

탁월한 하드웨어는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구현해내는 공정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또 하나의 축은 레이저-소재 상호작용 기술이다.

유연한 전자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라스틱과 같은 열에 약한 기판을 다워야 한다. 문제는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변형이다. 조 박사팀은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 소재와 그래핀 등 2D 소재를 정밀하게 가공하면서도, 기판의 열 손상을 막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마치 얼음 위에서 불을 다루는 것과 같은 정교함을 요한다.

이 기술은 비단 헬스케어 센서뿐만 아니라,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나 디스플레이 등 고성능 전자 소자 제조의 근간이 될 것이다. 소재를 다루는 기술이 혁신되면, 우리가 상상만 하던 폼팩터(Form Factor)의 변화가 현실이 된다.

표준화, 세계로 나아가는 길

기술은 실험실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IEC 등을 통한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기술이 전 세계 e-헬스케어의 기준이 되려 하고 있다.

산업과 의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전자 산업의 정밀함이 의료 현장의 절실함과 만나 꽃피운 결과물이 바로 이번 연구다. 조주형 박사의 성과는 웨어러블 기기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우리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하는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electronics)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관련 이미지 삽입: 미래형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 또는 연구실에서 실험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

기술이 인간을 향할 때, 차가운 금속과 반도체는 따뜻한 보호막이 된다. 빛을 감지하고, 빛으로 가공하여 만들어낸 이 작고 투명한 패치 하나가 가져올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내 손목 위 혹은 피부 위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헬스케어 혁명을 목격하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선의의 랠리, 승부보다 빛나는 나눔의 품격

삐약이에서 기부 천사로.. 세모를 따뜻하게 스포츠 스타의 기부는 종종 ‘액수’로만 소비된다. 하지만 신유빈의 나눔을 들여다보면, 숫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다. 바로 태도 다. 21살,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선수. 코트 위에서는 세계를 상대로 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