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일 금요일

홍유정 연구원 '텍스트 분석을 통한 산업별 전사 리스크관리 주제 관심도 분석'

산업별 전사 리스크관리(ERM)의 지형도: 공시 텍스트에 투영된 한국 기업의 리스크 인식과 과제

보고서명: 텍스트 분석을 통한 산업별 전사 리스크관리 주제 관심도 분석
연구자: 홍유정 (한국ESG기준원 ESG정보분석센터 연구원)

리스크 관리, 단순한 운영 통제를 넘어 기업 전략의 핵심으로

최근 글로벌 및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전사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식별, 평가, 관리하는 것이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는 단순한 운영 통제를 넘어 기업 전략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사 리스크관리 체계에 대한 공시 요구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2024년 발표된 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과 2026년부터 의무화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는 기업이 재무 및 비재무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관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본고는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 상장기업 중 508사를 대상으로 리스크관리 정책 공시 텍스트를 분석하여, 우리 기업의 리스크 인식 수준과 산업별 관리 성숙도의 차이를 진단한다.

1. 전사 리스크관리 정책 수립의 현주소와 자산 규모별 편차
전체 분석 대상 508사 중 전사 리스크관리 정책을 마련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총 392개사로, 전체의 77.2%를 차지한다. 이는 대다수의 상장사가 리스크 관리의 제도적 기틀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나, 기업의 규모에 따라 뚜렷한 격차가 존재한다.

자산 규모와의 정비례 관계: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기업의 정책 마련 비율은 90.2%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견 기업군의 현황: 자산 1조 원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은 71.6%, 5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 기업은 61.7%의 정책 보유율을 보였다.

자율공시 기업의 의지: 자산 5천억 원 미만의 자율공시 기업들은 규모가 가장 작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마련 비율이 2조 원 이상 기업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높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별 극명한 대비: 부동산, 통신, 증권 산업은 모든 기업이 정책을 마련한 반면, 기타제조(50%), 의료·정밀기기(25%), 농업·임업 및 어업(0%)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2. 텍스트 분석으로 도출한 리스크 관리의 5대 핵심 토픽
기업들의 공시 텍스트를 키워드 빈도 분석과 토픽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 리스크 관리의 관심도는 중요도 순으로 다음과 같은 5가지 주제로 압축된다.

전사 리스크 식별 및 대응 체계: 재무 및 비재무 리스크 전반에 대한 식별, 전략, 모니터링 절차를 다루며 가장 높은 키워드 중요도를 형성하고 있다.

투자 및 거래 심의·승인: 내부 투자와 거래 기준, 위원회 승인 절차 등 기업의 자금 사용과 관련된 리스크가 두 번째 주요 주제로 나타났다.

정보보안 및 임직원 준법경영: 정보보안 시스템, 윤리 교육, 준법 모니터링 등 운영 및 준법 리스크가 주요 축을 담당한다.

감사 및 내부회계 제도: 리스크 관리의 품질을 보증하는 내부통제 정책과 감사 제도 등 명문화된 규정들이 포함된다.

산업안전·환경 및 근로자 인권: 안전사고, 환경 규제, 인권 보호 등을 다루지만, 5대 주제 중 키워드 중요도가 가장 낮아 비재무 리스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한다.

3. 산업적 중대성과 리스크 관리 정책의 괴리
산업별 데이터 분석 결과, 산업의 특성이 관리 정책에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나, 일부 고위험 산업에서는 중대성 대비 관리 수준이 미흡한 양상이 확인되었다.

디지털 리스크 민감 산업: 의료·정밀기기, 통신, IT 서비스 산업은 정보보안 및 준법경영 리스크를 핵심 관리 항목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제조업의 안전 관리: 비금속 제조업, 금속 제조업, 기계·장비 산업은 산업안전 및 환경을 주요 리스크로 식별하여 관리 체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건설업의 취약성: 건설 산업은 현장의 고위험 특성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환경 리스크 공시 관심도가 0.44에 그쳐, 중대성에 비해 리스크 관리 정책이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형식적 공시의 함정: 부동산 및 증권 산업은 정책 마련 비율은 높으나, 구체적인 대응 체계보다는 위원회 조직 등 내부 체계 나열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4. 전문가적 통찰: 실질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고도화 과제
본 분석 결과는 한국 기업의 전사 리스크 관리가 단순한 공시 의무 충족을 넘어 실질적인 운영 단계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비재무 리스크로의 전략적 확장: 재무 리스크 중심의 공시에서 탈피하여 안전, 환경, 보안, 인권 등 비재무 영역을 기업 전략과 연계한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

산업별 중대성 연계 강화: 기업은 산업 특성에 따른 중대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그 연계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공시 가이드라인의 고도화: 투자자가 리스크 대응의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리스크 식별 방법, 중대성 평가 체계, 대응 절차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세부 공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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