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
현 정부의 ESG 정책 기조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집약된다. 이는 전 세계적인 '대전환(Great Transition)'의 흐름 속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과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을 도모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정부는 에너지·산업·디지털 전환을 핵심 축으로 삼아 정책적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전략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대한상의 ESG 뉴스레터 2025 DEC 에 실린 기고 '국내 ESG 정책 동향과 전망'의 리뷰다.
1. NDC와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에너지·산업 전환의 가속화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안을 확정하여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세부적으로는 전력 부문 68.8~75.3%, 산업 부문 24.3~31.0%의 감축을 목표로 한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배출권 할당 계획에서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단계적 상향하며 탄소 비용 부담을 현실화한다. 다만, 철강·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는 완급 조절을 병행한다.
2.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의 비약적 확대다. 2040년 석탄발전소 완전 폐지를 목표로 하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100GW(태양광 87GW, 풍력 9GW 등)로 설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추진하며, 2040년까지 한반도를 'U자형'으로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전력 계통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기반을 강화한다.
3. 탄소중립산업법과 기후테크 육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럽의 NZIA나 미국의 IRA와 유사한 성격의 '탄소중립산업법' 및 '기후테크 기업 육성법' 제정이 추진된다. 2026년 상반기 구체적인 법안이 도출될 예정이며, 이는 탄소중립 기술 제조 역량 향상과 공급망 안정성을 목표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른 탄소중립 산업의 법적 정의와 기준은 향후 정부 지원 및 금융 투자 수혜 대상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4. 자본시장의 규율을 통한 ESG 촉진
현 정부는 강력한 법 집행과 더불어 '금융의 힘'을 적극 활용한다.
ESG 공시 의무화: 2028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 공시가 도입될 전망이며, 이를 위해 세이프 하버(책임 면제) 조항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에 '기후변화 등 ESG' 요소를 명문화하고 적용 자산을 주식에서 채권 등으로 확대한다. 이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지배구조 투명성: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한다.
5. 사회(S) 영역의 핵심 이슈와 전환금융의 과제
사회 영역에서는 노동과 산재 예방이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적 제재와 ESG 평가 반영이 강화됨에 따라 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이 생존 직결 요소가 되었다. 아울러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어 자금 공급의 물꼬를 틀 예정이나, 이 과정에서 그린워싱 및 탄소 고착화에 대한 엄격한 경계와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ESG 정책은 파편적인 제도를 넘어 'ESG 기본법' 제정을 통한 통합적인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국가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