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딩 기업은 어떻게 기업 가치를 높였나
― 조일상 KPMG 밸류업지원센터장, 한경 기고 (출처: 한국경제, 2026년 1월 5일자 스페셜 리포트) hankyung.com
한국경제가 2026년 1월 5일 보도한 스페셜 리포트는 세계 주요 자본시장에서 전개된 기업가치 제고(Value-up) 전략을 미국·유럽·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분석하고 있다. 해당 기고는 조일상 KPMG 밸류업지원센터장이 집필한 것으로, 한국 기업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진단하고 향후 밸류업 정책·경영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 미국 ― 시장 규율이 기업가치를 스스로 교정하는 구조
미국은 별도의 밸류업 정책이 필요하지 않은 시장이다.자본시장이 이미 ROIC·ROE·WACC 등 자본효율성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선별하는 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경영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구조 유지 여부가 경영의 중심축
- 자본효율성 → 전략 → 보상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체계
- CEO 보상이 장기 성과 지표(TSR·ROIC 등)와 강하게 연동
- 행동주의 펀드가 비효율적 사업을 압박하며 시장 규율을 강화
- SOX·도드-프랭크법 등 공시·내부통제 규제가 신뢰 기반을 구축
애플의 ‘순현금 중립(Net-cash neutral)’ 전략은 미국식 밸류업의 전형적 사례로 제시된다. 과잉 현금이 ROIC·ROE를 저해한다는 인식 아래 자사주 매입·배당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2. 일본 ― 거래소가 직접 밸류업을 주도하는 제도적 접근
일본은 미국과 달리 시장 자율만으로는 구조 개선이 어려웠다. 이에 도쿄증권거래소(TSE)가 전면에 나서자본비용·주가 인식 경영을 제도화했다.
일본식 밸류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2023년 TSE의 자본비용·주가 인식 경영 실행 방안 발표
- ROIC·ROE·PBR 분석 및 공시 의무화
- 2025년 기준 프라임 시장 기업의 90% 이상이 밸류업 공시 제출
- 형식적 공시에서 실행력 중심 평가로 진화
- 비핵심 사업 매각·포트폴리오 재편 가속화
- COE 기반 경영을 도입한 히타치가 대표적 모범 사례
일본의 접근은 단순한 재무 지표 개선을 넘어 지배구조·공시·투자자 관여까지 포괄하는 종합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다.
3. 유럽 ― 지속가능성과 기업가치의 결합
유럽은 미국처럼 시장 압력이 강하지 않고, 일본처럼 거래소가 개입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ESG와 장기 ROIC 안정성을 결합한 독자적 밸류업 모델을 구축했다.
유럽식 밸류업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ESG 리스크 관리가 ROIC·PBR·PER의 장기 안정성에 기여
- 스핀오프·사업 재편을 통한 복합기업 할인 해소
- 지멘스 헬스케어·에너지 분리 상장 사례
-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이사회 독립성·보상 투명성 제고
- 규제·거버넌스·지속가능성이 장기적 기업가치의 기반을 형성
유럽 기업들은 단기 ROIC 개선보다 ‘지속가능한 ROIC 유지’를 중시하는 점에서 미국·일본과 차별화된다.
4. 한국 ― 늦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
조일상 센터장은 한국의 밸류업 논의가 글로벌 흐름에 비해 늦게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뒤처짐이 아니라 ‘추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인프라는 다음과 같다.
- 공시 투명성 강화
- 자본효율성 중심 경영 체계 확립
- 이사회 중심 전략 수립
- 경영진 보상 구조의 장기 성과 연동
- 투자·회수 의사결정의 일관성
- 주주와의 정기적·구조적 소통
단순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은 밸류업의 일부에 불과하며, 기업 내부의 체질 개선이 본질적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 ― 밸류업은 선택이 아니라 글로벌 표준
미국은 시장이, 일본은 거래소가, 유럽은 규제가 밸류업을 이끌어왔다.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투명한 공시, 자본비용을 이기는 ROIC, 이사회 중심 전략, 일관된 자원배분, 이해관계자 신뢰 구축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한다.
한국 기업 역시 이 글로벌 표준 속에서 자신만의 밸류업 여정을 설계해야 한다. 세계가 이미 겪은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의지, 그리고 시장과의 진정성 있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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