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만 5,000명 이상의 근무 스케줄을 임의로 삭감하고 추가 근무 기회를 박탈한 사실이 적발되며,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금 지급이 확정되었다.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이 사건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수익 압박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발표일: 2025년 12월 1일 발표 기관: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부(DCWP)
위반 법률: 공정근무주간법
스타벅스가 위반한 것은 뉴욕시의 공정근무주간법(Fair Workweek Law)이다. 2017년 시행된 이 법은 패스트푸드 업종의 구조적 약자인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고용주에게는 근무 14일 전 정기 스케줄 사전 고지, 스케줄 변경 시 프리미엄 수당 지급, 신규 채용 전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 우선 부여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이 법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보호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스케줄이 초래하는 삶의 불안정성, 즉 육아 공백, 학업 중단, 부업 계획의 붕괴를 방지하는 데 있다. 뉴욕시가 이 법을 도입한 배경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노동 유연성을 명분으로 사실상 직원의 생활 전반을 통제해왔다는 오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위반의 실체: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착취
조사 결과 드러난 위반은 일부 매장의 일탈이 아니라, 뉴욕시 전역 300개 이상 매장에 걸친 조직적 관행이었다.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만 50만 건 이상의 위반이 확인되었다.
구체적 위반 양상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정기 스케줄 없이 운영되었으며, 회사는 직원 동의 없이 근무시간을 15% 이상 삭감하였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주간 소득을 예측할 수 없었고, 일상적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태에 지속적으로 놓였다. 또한 회사는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신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다수를 비자발적 파트타임 상태에 묶어두었다. 이는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비용 절감 기제였다.
사건 경위
2022년, 수십 건의 노동자 민원이 접수되며 DCWP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일부 매장에 국한되었던 조사는 이후 뉴욕시 내 전 매장으로 확대되었다. 단일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반의 운영 방식 자체가 문제임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5년 12월 1일, 뉴욕시장 에릭 애덤스와 DCWP는 총 3,89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공식 발표하였다. 피해 직원 보상금 3,550만 달러와 민사 과태료 340만 달러로 구성된 이 합의는,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로 기록되었다. 보상은 해당 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주당 50달러씩 지급되며, 약 1년 반을 근무한 직원은 3,900달러가량을 수령하게 된다. 금전 보상과 함께, 최근 매장 폐점으로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타 지점 재취업 기회가 보장되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경영 환경과 구조적 배경
이 사건을 단순히 법 위반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읽는 것은 표면적 해석에 머무는 것이다. 위반이 이토록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데는, 스타벅스가 처한 경영 환경과 그 안에서 작동한 구조적 유인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팬데믹 이후 급격한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인플레이션, 글로벌 소비 침체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을 지키기 위한 내부 압력이 강해졌다. 이 압력이 가장 먼저, 가장 손쉽게 작용하는 곳은 현장 인력의 스케줄 관리였다. 정규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단기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벅스의 분권화된 매장 운영 구조도 위반을 용이하게 한 요인이었다. 수백 개의 뉴욕시 매장은 각 지역 관리자의 재량 아래 스케줄이 운영되었고, 본사 차원의 법적 컴플라이언스 감시 체계가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였다. 법을 준수하는 비용보다 위반이 적발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제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되는 구조에서, 현장의 관행은 자연스럽게 법의 경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더해, 공정근무주간법 자체의 집행력 문제도 있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로도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위반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었으나, 3,890만 달러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합의가 나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발 이전까지 수백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평판 리스크와 브랜드의 역설
이번 합의는 금전적 손실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에 근본적인 균열을 초래하였다.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직원을 '파트너(Partner)'로 호칭하며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를 표방해왔다. 직원 복지와 공정한 처우를 마케팅의 핵심 서사로 삼아온 기업이, 정작 수만 명의 직원 스케줄을 수년간 불법으로 조작해왔다는 사실은 그 서사 전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소비자 신뢰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층을 주요 기반으로 삼는 브랜드에게, 노동 착취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남긴다. 이미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과 잇따른 매장 폐점으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 내 신뢰 회복의 과제를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시사점: 법적 환경의 변화와 기업의 선택
이 사건은 미국 전역 고용주들에게 예측적 스케줄링 법률 준수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강력한 선례로 남게 되었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유사 법률을 운용하는 도시들의 집행 강화가 예상되며, 노동자 권리 보호를 둘러싼 법적 환경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단기적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법의 경계를 묵인하는 관행이 결국 훨씬 큰 재정적·평판적 대가로 돌아온다는 것, 이번 스타벅스 사건이 남기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컴플라이언스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뉴욕시 DCWP 공식 발표 (2025.12.01) · OPB · Restaurant Dive · Akerman L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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