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도입 배경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테무(Temu), 쉬인(SHEIN) 등 중국계 해외 플랫폼의 급성장이다. 이들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화재 및 각종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체계에서는 일본에 주소나 영업소를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에게 직접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국내 수입업자가 있을 경우 해당 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직접구매)' 형태에서는 법적 공백이 생겼다. 이를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24년 6월 소비자제품안전법 및 관련 4개 법률의 개정을 의결했으며, 2025년 12월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후 주요 영향
개정법의 핵심은 일본에 거점이 없는 해외 사업자에게 일본 내 관리자(Domestic Administrator) 지정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가전제품(전기용품안전법 적용 대상), 가스 기기, 어린이용 장난감 등 PS 마크 부착 대상을 포함한 약 500개 품목에 달한다.
위반 시 제재 수위도 상당하다. 안전 기준 미달 제품에 대해서는 리콜 및 수입 금지 명령이 내려지고, 위반 사업자와 국내 관리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네임 앤 셰임(Name & Shame)' 방식의 공표 조치가 병행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법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 또는 계정 정지 의무를 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내 관리자 지정 비용과 행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해외 사업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압력에 직면했다. 반면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이나 전문 대행사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업체들의 대응 방안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부담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핵심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 관리자(대리인) 조기 확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본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국내 관리자를 선임하는 일이다. 일본 내 법인, 현지 파트너사, 또는 전문 규정 준수(Compliance) 대행사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행사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한 플랫폼 퇴출이나 리콜 조치보다는 훨씬 낮은 리스크다.
제품 안전 인증 사전 취득 PS 마크 등 일본 내 안전 인증을 수출 전 단계에서 미리 취득해야 한다. 인증 취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상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지 않으면, 시장 출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유통 구조 재검토 직접 판매(D2C) 방식보다 일본 내 현지 유통 파트너 또는 수입업자를 통한 간접 판매 구조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현지 유통사가 국내 관리자 역할을 겸하도록 계약을 구성하면 규정 준수와 유통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플랫폼별 정책 변화 모니터링 아마존 재팬, 라쿠텐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번 법 시행에 맞춰 입점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별 정책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요구 서류나 인증 요건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입법 동향
일본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26년 3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소비자 분쟁 발생 시 판매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유발된 소비자 피해 급증이 배경이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플랫폼 책임론'이 강화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미국의 각 주 단위 플랫폼 규제 논의와 궤를 같이하며, 아시아권에서도 해외 플랫폼에 대한 역외 적용 규제가 본격화하는 추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유사한 규제 체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가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를 사전에 체계화한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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