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1일 수요일

[북 리뷰] 우리 회사를 무너뜨리는 건 '외부의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7장. 매수자여, 조심하라)

다음은 요시 셰피의 《무엇이 최고의 기업T르 만드는가》 7장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블로그 포스트]

[북 리뷰] 우리 회사를 무너뜨리는 건 '외부의 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7장. 매수자여, 조심하라)

지금까지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를 읽으며 우리는 거대한 외부의 적들과 싸워왔습니다. 지진(1장), 허리케인(4장), 심지어 보이지 않는 금융 시스템(5장)까지, 기업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난들을 봤죠.

그런데 7장 **'매수자여, 조심하라 - 구매 리스크'**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우리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우리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

이 챕터는 재난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 부서인 '구매(Procurement)팀'이 '비용 절감'이라는 지상 과제에 매몰될 때 스스로 얼마나 거대한 재앙을 싹틔우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제목인 **'매수자여, 조심하라(Caveat Emptor)'**는 "가장 싼 가격"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구매자(기업)에게 보내는 서늘한 경고입니다.


1. '최저가 입찰'이라는 달콤한 덫

전통적으로 '구매팀'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비용 절감(Cost Reduction)'**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싸게 사 왔는가?"가 그들의 핵심 성과 지표(KPI)였죠.

이러한 강력한 압박은 구매 담당자가 오직 하나의 서류, 즉 **'가장 낮은 가격이 적힌 견적서'**에만 집착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가격표 뒤에 숨어있는 훨씬 더 치명적인 '리스크'들은 무시됩니다.

  • "이 공급업체, 재무 상태는 괜찮은가?"

  • "품질 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나?"

  • "공장이 하필 지진 다발 구역이나 홍수 상습 지역에 있진 않나?"

  • "그들의 핵심 2차, 3차 협력사는 누구인가?"

이 모든 질문은 "일단 싸니까"라는 한 마디에 묻혀버립니다.


2. 구매팀이 스스로 파는 4가지 함정

저자는 구매팀이 '비용 절감'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4가지 전형적인 함정을 지적합니다.

함정 1: 단일 공급처(Sole-Sourcing)의 유혹

한 업체에 물량을 전부 몰아주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단가를 드라마틱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구매팀 입장에서는 최고의 실적이죠.

  • 하지만 현실은? 3장에서 본 GM의 재앙입니다. 수익성 높은 트럭의 브레이크를 단 하나의 데이턴 공장에서 공급받다가, 그 공장 하나가 파업하자 북미 26개 공장이 모두 멈춰 섰습니다. 구매팀이 아낀 몇 푼의 돈이 수조 원의 손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함정 2: '숨겨진' 단일 공급처 (지리적 집중)

"우리는 괜찮아. A, B, C 세 업체에서 공급받거든(Multi-sourcing)."

  • 하지만 현실은? 구매팀이 지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 A, B, C 업체가 모두 같은 산업 단지에 모여 있을 수 있습니다.

  • 2011년 태국 대홍수 때, 전 세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산업단지가 물에 잠기자, 수십 개 업체에서 "분산 공급"받던 글로벌 IT 기업들이 동시에 부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이름만 '다중 공급'이지, 사실상 '지리적 단일 공급'이었던 셈입니다.

함정 3: '화이트 스페이스' 방치 (2, 3차 협력사 무시)

"우리는 1차 협력사인 'A'만 관리하면 돼. 그 뒤는 A가 알아서 하겠지."

  • 하지만 현실은? A사는 튼튼할지 몰라도, A사에 핵심 부품(X)을 납품하는 2차 협력사 'B'가 전 세계 유일한 기술을 가진 작은 가족 기업일 수 있습니다. (3장 '화이트 스페이스' 개념)

  • 구매팀은 A사의 견적서만 볼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핵심 부품 X는 어디서 오며, 그곳(B)이 멈추면 대안이 있는가?"를 물어야 했습니다. 똑똑한 구매자는 1차 협력사를 넘어 그들의 공급망까지 들여다봅니다.

함정 4: 품질과 '위조품(Counterfeit)' 리스크

"이 가격이 어떻게 가능하지? 어쨌든 싸니까 샀다."

  • 하지만 현실은? "너무 싸다" 싶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품질 검사를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 **'위조 부품'**을 섞어 납품할 수 있습니다.

  • 항공기, 자동차, 방위 산업, 스마트폰에 단 하나의 위조 부품이 들어간다면? 그 결과는 단순한 리콜 비용을 넘어, 기업의 신뢰도 전체를 파괴하고 인명 피해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를 마치며: '비용 센터'에서 '리스크 관리 센터'로

7장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기업의 구매 부서는 더 이상 '비용 절감 센터(Cost Center)'여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 센터(Risk Management Center)'**로 진화해야 합니다.

최고의 기업은 '가장 싼 가격(Purchase Price)'을 묻지 않습니다. 그들은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묻습니다.

그리고 그 '총소유비용'에는 "만약 이 공급망이 무너졌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막대한 기회비용과 복구 비용"까지 포함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조직은 오늘 몇 푼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내일 수조 원의 재앙을 구매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매수자여, 조심하라!"는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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