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요시 셰피의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3장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블로그 포스트]
[북 리뷰] "지도에 없는 곳"에서 터진 22억 달러의 재앙: GM의 실패와 '화이트 스페이스'
1장에서 우리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최악의 자연재해 속에서도 빛을 발한 인텔의 '회복탄력성'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준비된 기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어떻게 될까요?
요시 셰피의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3장 **'화이트 스페이스 줄이기 - GM의 위기대응'**은 1장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래서 더욱 뼈아픈 실패 사례를 다룹니다. 이 챕터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어떻게 기업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1. '화이트 스페이스'란 무엇인가?
이 챕터의 핵심 키워드는 **'화이트 스페이스(White Space)'**입니다. 말 그대로 '지도상의 빈 공간', 즉 **"기업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공급망의 미지 영역"**을 뜻합니다.
우리 회사는 1차 협력사(A)는 잘 압니다. 매일 연락하고 거래하니까요.
하지만 그 1차 협력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사(B)는 잘 모릅니다.
2차 협력사에 원자재를 대는 3차 협력사(C)는 아예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기업의 통제와 가시성이 닿지 않는 이 'B'와 'C'의 영역이 바로 '화이트 스페이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치명적인 위기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2. GM의 재앙: "보이는 곳"조차 관리하지 못하다
아이러니하게도 3장의 주인공인 GM은 저 멀리 3차 협력사가 아닌, '1차 협력사' 문제로 무너졌습니다. 이는 그들의 '화이트 스페이스'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혹은 알고도 방치했는지) 보여줍니다.
사건의 전말 (1997년):
파업 발생: GM의 핵심 부품(브레이크)을 생산하던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GM의 치명적 약점: GM은 비용 절감을 위해 당시 최고 수익원이던 트럭과 SUV 모델의 브레이크 부품을 **오직 이 공장 한 곳(독점 공급)**에서만 공급받고 있었습니다.
JIT의 함정: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JIT)' 방식을 고수했기에, 공장이 멈추자 재고는 단 며칠 만에 바닥났습니다.
결과: 셧다운: 브레이크 부품 단 하나를 받지 못하자, GM의 북미 26개 조립 공장이 연쇄적으로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 파업은 54일간 지속되었고, GM은 당시 돈으로 약 22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습니다. 단 하나의 공장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의 심장을 멎게 한 것입니다.
3. 실패가 주는 교훈: '화이트 스페이스'를 줄여라
저자는 GM의 사례가 '화이트 스페이스'를 방치한 전형적인 실패라고 분석합니다. 1장의 인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합니다.
인텔 (1장): 지진 발생 즉시, 보이지 않던 2, 3차 협력사 중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몇 시간 만에 파악하고 '플랜 B'를 가동했습니다.
GM (3장): 뻔히 보이던 1차 협력사가 대체 불가능한 독점 공급처라는 사실의 심각성을 간과했습니다. '비용 절감'에 눈이 멀어 '치명적 위험'을 사실상 방치한 것입니다.
'화이트 스페이스를 줄인다'는 것은 다음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1. 가시성 확보 (Supply Chain Mapping)
단순히 1차 협력사 리스트를 넘어, 그들의 핵심 부품은 어디서 오는지(2차), 그 원자재는 어디서 오는지(3차)까지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우리는 B2B 기업이라 최종 고객은 몰라요" 또는 "2차 협력사는 우리 소관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곳이 당신의 '화이트 스페이스'가 됩니다.
2. '병목 지점(Bottleneck)' 파악 및 관리
모든 2, 3차 협력사를 알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곳이 멈추면 우리 회사 전체가 멈춘다"**라고 할 만한 **'핵심 병목 지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GM에게 데이턴 공장은 명백한 '병목 지점'이었습니다. 만약 GM이 이 위험을 인지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공급처를 이원화(Dual-sourcing)하거나, 최소한의 안전 재고를 확보하는 등의 '보험'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블로그를 마치며
GM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망을 극단적으로 단순화(독점 공급)하고 재고를 없앴습니다. 평상시에는 최고의 전략이었지만, 단 한 번의 위기 앞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떻습니까?
"설마 저기서 문제 생기겠어?"라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화이트 스페이스'는 없으신가요? 우리 회사의 숨겨진 '데이턴 공장'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당장 점검해봐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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