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요시 셰피의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4장(허리케인 카트리나 사례)을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블로그 포스트]
[북 리뷰] 도시가 "파멸"했을 때, P&G는 어떻게 "구원자"가 되었나
1장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속 인텔의 완벽한 '정보전'을, 3장에서 1997년 GM의 '준비 소홀'로 인한 붕괴를 보았습니다. 이 두 사례가 '공급망'이라는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면, 4장은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시스템 자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요시 셰피의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4장 '파멸에서 구원으로 - 다양한 위기와 그 대응' 편은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라는 전례 없는 재난 속에서 P&G가 보여준 경이로운 대응을 다룹니다.
이것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파멸' 속에서 '구원'의 역할을 해낸 기업의 이야기입니다.
1. 파멸: 모든 것이 사라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습니다.
이것은 1장의 지진처럼 특정 지역의 공장이 멈춘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제방이 무너지며 도시 80%가 물에 잠겼습니다.
도로, 항만, 철도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전력망과 통신망이 완전히 두절되었습니다.
정부 기능마저 마비되었습니다.
P&G 역시 이 재난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에 커피 공장이 있었고, 수백 명의 직원이 거주했으며, 월마트(Walmart)를 비롯한 핵심 유통망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물건을 만들 수도, 배송할 수도, 팔 수도 없었습니다. 직원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파멸' 상태였습니다.
2. 구원: P&G의 3단계 대응
다른 모든 기업이 혼란에 빠져 "손실이 얼마인가"를 계산할 때, P&G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1단계: "사람이 먼저다" (Employee First)
P&G의 최우선 순위는 공장 복구나 이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직원의 안전'**이었습니다.
즉각적인 생사 확인: 회사는 비상 연락망을 총동원해 재난 지역 내 모든 직원과 그 가족의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전폭적인 지원: 생존이 확인된 직원들에게는 즉시 현금, 생필품, 위생용품, 임시 주거를 제공했습니다.
결과: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강력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이후 복구 과정에서 엄청난 자발적 헌신으로 이어졌습니다.
2단계: "미리 움직이다" (Proactive Logistics)
P&G는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사전 물품 확보: 위기 대응팀은 허리케인이 지나갈 것을 예측하고, 물, 배터리, 기저귀, 그리고 의외의 품목인 감자칩(프링글스: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고열량 식품) 등을 트럭에 가득 실었습니다.
안전지대 대기: 이 트럭들을 재난 지역 바로 외곽의 안전지대에 미리 대기시켰습니다.
골든타임 투입: 도로가 최소한으로 확보되자마자, 이 트럭들은 가장 먼저 구호소와 대피소로 달려갔습니다. P&G는 이 물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전량 **'기부'**했습니다.
3단계: "희망을 세탁하다" (Tide Loads of Hope)
P&G의 대응 중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그들은 이재민들에게 당장 '먹을 것'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깨끗한 옷'**이었습니다.
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위생 문제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립니다.
이동식 세탁소 투입: P&G는 자사의 대표 세제 브랜드 '타이드(Tide)'의 로고를 붙인 대형 세탁 트레일러를 현장에 급파했습니다.
무료 세탁 서비스: 이 "희망의 세탁물(Tide Loads of Hope)" 트럭은 대피소를 돌며 이재민들과 구조대원들의 옷을 무료로 세탁하고 건조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옷을 돌려받으며 단순한 위생을 넘어 '정상적인 삶'에 대한 희망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3. 교훈: 회복탄력성은 '기술'이 아닌 '문화'다
P&G는 어떻게 이런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요?
회복탄력성은 '문화'다: 1장의 인텔이 '정보력'과 '가시성'이라는 기술적 시스템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면, P&G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확고한 '기업 문화'**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평상시 직원을 존중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철학이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입니다.
'권한 위임'의 힘: 이 모든 결정이 본사 CEO의 결재를 기다렸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P&G는 현장 관리자들에게 "회사의 가치에 부합한다면 즉각 실행하라"는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희망의 세탁물' 캠페인 역시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위기를 압도적인 기회로: 재난이 끝난 후, 경쟁사들이 뒤늦게 물류망 복구에 허덕일 때 P&G는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헌신적으로 공장을 복구했고, 월마트는 P&G의 제품을 가장 먼저 진열대에 채웠습니다.
무엇보다 P&G와 '타이드' 브랜드는 미국인들의 마음에 '위기 속 희망'과 '사회적 책임'의 상징으로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그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자산을 얻었습니다.
블로그를 마치며
4장은 기업의 '회복탄력성'이 단순히 위기 대응 매뉴얼(Plan)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평상시 '철학(Philosophy)'과 '문화(Culture)'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신의 조직은 위기가 닥쳤을 때, 직원의 안위보다 손익계산서를 먼저 펼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습니까?
'파멸'의 순간, P&G가 보여준 '구원'의 리더십은 모든 기업에게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에 대한 묵직한 답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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