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8일 토요일

일본, 해외 플랫폼 '국내 관리자 의무화' 본격 시행

정책 도입 배경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테무(Temu), 쉬인(SHEIN) 등 중국계 해외 플랫폼의 급성장이다. 이들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화재 및 각종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존 체계에서는 일본에 주소나 영업소를 두지 않은 해외 사업자에게 직접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웠다. 국내 수입업자가 있을 경우 해당 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직접구매)' 형태에서는 법적 공백이 생겼다. 이를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24년 6월 소비자제품안전법 및 관련 4개 법률의 개정을 의결했으며, 2025년 12월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 후 주요 영향

개정법의 핵심은 일본에 거점이 없는 해외 사업자에게 일본 내 관리자(Domestic Administrator) 지정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가전제품(전기용품안전법 적용 대상), 가스 기기, 어린이용 장난감 등 PS 마크 부착 대상을 포함한 약 500개 품목에 달한다.

위반 시 제재 수위도 상당하다. 안전 기준 미달 제품에 대해서는 리콜 및 수입 금지 명령이 내려지고, 위반 사업자와 국내 관리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네임 앤 셰임(Name & Shame)' 방식의 공표 조치가 병행된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법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 또는 계정 정지 의무를 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시장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내 관리자 지정 비용과 행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해외 사업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압력에 직면했다. 반면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이나 전문 대행사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업체들의 대응 방안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규제가 부담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핵심 대응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 관리자(대리인) 조기 확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본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국내 관리자를 선임하는 일이다. 일본 내 법인, 현지 파트너사, 또는 전문 규정 준수(Compliance) 대행사를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행사를 이용할 경우 비용이 발생하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한 플랫폼 퇴출이나 리콜 조치보다는 훨씬 낮은 리스크다.

제품 안전 인증 사전 취득 PS 마크 등 일본 내 안전 인증을 수출 전 단계에서 미리 취득해야 한다. 인증 취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상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지 않으면, 시장 출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유통 구조 재검토 직접 판매(D2C) 방식보다 일본 내 현지 유통 파트너 또는 수입업자를 통한 간접 판매 구조를 병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현지 유통사가 국내 관리자 역할을 겸하도록 계약을 구성하면 규정 준수와 유통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플랫폼별 정책 변화 모니터링 아마존 재팬, 라쿠텐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이번 법 시행에 맞춰 입점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별 정책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요구 서류나 인증 요건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에서의 입법 동향

일본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2026년 3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소비자 분쟁 발생 시 판매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유발된 소비자 피해 급증이 배경이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플랫폼 책임론'이 강화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미국의 각 주 단위 플랫폼 규제 논의와 궤를 같이하며, 아시아권에서도 해외 플랫폼에 대한 역외 적용 규제가 본격화하는 추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유사한 규제 체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가 보편적 규범으로 자리 잡을 경우, 이를 사전에 체계화한 기업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2026년 3월 21일 토요일

보어스 헤드 리스테리아 사태: 120년 브랜드가 무너진 방식

보어스 헤드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집단소송 최종 승인 심리는 2025년 8월로 예정돼 있고, 추가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이다. 120년 브랜드가 한 공장의 만성적 위생 실패로 뒤집어진 이 사례는, 식품 안전이 얼마나 무겁고 회복하기 어려운 가치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과 경위

2024년 5월 29일, 미국 여러 주에서 리스테리아증(Listeriosis) 환자가 산발적으로 신고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식중독으로 보였지만, 역학조사를 거듭할수록 하나의 식품 브랜드로 화살표가 향했다. 미국 델리 미트(가공육) 시장의 프리미엄 브랜드, 보어스 헤드(Boar's Head)였다.

조사의 단초를 제공한 건 메릴랜드주 보건부였다. 연구진이 볼티모어 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보어스 헤드의 리버부어스트(간 소시지)를 검사한 결과,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게네스(Listeria monocytogenes) 오염이 확인됐다. 이 균주는 당시 유행 중이던 리스테리아 집단감염의 원인균과 일치했다.

미 농무부(USDA) 식품안전검사청(FSIS)은 2024년 7월 12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역학·실험실·추적 조사 모두 버지니아주 자렛(Jarratt)에 위치한 보어스 헤드 공장을 오염원으로 지목했다.


리콜 규모와 피해 현황

2024년 7월 30일, 보어스 헤드는 자렛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700만 파운드(약 3,175톤) 이상을 전량 리콜했다. 최초에는 리버부어스트 약 20만 파운드로 시작했으나, 나흘 만에 71개 제품군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최종 집계 기준으로 미국 19개 주에서 총 61명이 감염됐고, 그 중 6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망자는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2명), 버지니아, 플로리다, 테네시, 뉴멕시코, 사우스캐롤라이나(2명) 등 10명에 달했다.

이 사태는 2011년 캔탈루프 리스테리아 사건 이후 13년 만에 미국 최대 규모의 리스테리아 집단감염으로 기록됐다. 발병이 공식 종료된 것은 2024년 11월이었다.

리콜 대상 제품의 일부는 해외에도 유통됐다. 수출 대상국은 케이맨 제도,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파나마였다. 미국 외 국가에서의 대규모 추가 리콜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해당 국가들은 즉각 해당 제품의 유통을 중단시켰다.


보어스 헤드는 어떤 회사인가

보어스 헤드는 190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설립된 가공육 전문 기업으로, 현재 본사는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있다. 주식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며, 창업자 후손들이 지분을 폐쇄적으로 보유하는 비상장 가족 기업이다.

창업 이후 120년간 "최고의 품질"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왔으며, 500여 종에 달하는 제품군을 보유한 미국 최대 프리미엄 델리 미트·치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슬로건은 "Compromise elsewhere(타협은 다른 곳에서)"였다. 매출 추정액은 연간 30억 달러(약 4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과 달리, 내부는 극히 폐쇄적이었다. 2022년 법원 진술에서 20년 경력의 CFO 스티브 쿠렐라코스(Steve Kourelakos)는 자사 CEO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은 사실상 프랭크 브런크호스트(Frank Brunckhorst)와 소수 경영진에게 집중돼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구조적 위생 실패

이번 사태는 우연한 오염이 아니었다. 수년에 걸친 만성적인 내부 부패의 결과였다.

USDA 조사관들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8월 사이 자렛 공장에서 무려 69건의 위반 사항을 기록했다. 조사관들이 목격한 내용은 검은 곰팡이, 밀듀, 바닥에 고인 혈액, 기계 위의 육류 잔재물, 악취 등이었다.

오염 징후는 더 일찍 감지됐다. 사태 발생 2년 전에 이미 조사관들은 자렛 공장이 "중대한 결함"을 보이며 식품 안전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었다. 당시 지적된 문제는 녹슨 장비, 바닥에 응결되는 습기, 벽면에 자라는 녹색 곰팡이 등이었다.

USDA 보고서는 공장 내 "전날 생산 잔재물이 포장 장비를 포함한 곳곳에 남아 있었다"고 기록했으며, 노출된 식품 위에 응결수가 떨어지는 상황과 수분이 고일 수 있는 균열·구멍·파손된 바닥재도 발견됐다.

이 공장은 연방 검사관이 아닌 버지니아주 공중보건 담당관의 관할 하에 놓여 있었는데, 이 역시 문제의 한 축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당국이 이 수준의 위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공장 가동을 허용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영진의 책임과 제재

2024년 7월 31일, FSIS는 자렛 공장의 모든 생산 활동을 즉시 중단시켰다. 보어스 헤드는 같은 해 9월, 자렛 공장의 영구 폐쇄와 리버부어스트 제품 생산의 전면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법적 대응도 뒤따랐다. 2024년 9월 3일, 사망한 88세 남성의 유족이 보어스 헤드를 상대로 불법 사망(wrongful death)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적어도 7건 이상의 소송이 추가로 제기됐다.

집단소송(class action)과 관련해서는, 보어스 헤드가 리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310만 달러(약 42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 합의에 응했다.

그러나 경영진 개인에 대한 형사 책임 추궁이나 고위 임원의 공개적인 사임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폐쇄적 지배구조가 책임의 투명한 귀속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보어스 헤드는 2025년 5월 식품 안전 최고책임자(Chief Food Safety Officer)인 나탈리 다이엔슨(Natalie Dyenson)을 처음으로 임명하고, 프랭크 야니스(Frank Yiannas)가 이끄는 식품 안전 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또한 기존의 가장 약한 수준의 리스테리아 규칙 통제 방식에서 더 엄격한 기준으로 상향 전환했다.

자렛 공장은 1년여의 폐쇄 끝에 2026년 초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국 식품업계에 주는 메시지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외 식품 사고로 읽고 넘길 일이 아니다.

첫째, 브랜드 명성은 위생 앞에서 무력하다. 보어스 헤드는 120년 업력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타협은 다른 곳에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정작 자신들이 가장 먼저 타협한 곳은 공장 위생이었다. 한국의 식품 기업들도 브랜드 투자 못지않게 현장 위생 관리에 동등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반 사항의 누적을 방치하면 반드시 터진다. 자렛 공장은 2년 전부터 경고를 받았다. 69건의 위반 기록이 쌓이는 동안 아무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 식품 공장에서도 HACCP 점검이나 내부 감사에서 반복 지적되는 항목들이 '관행'으로 묵인되는 사례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셋째, 폐쇄적 지배구조는 식품 안전 거버넌스의 적이다. 보어스 헤드의 CFO가 자사 CEO가 누구인지 몰랐다는 사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할수록 위기 대응도 느리고, 책임의 귀속도 흐릿해진다. 오너 중심의 폐쇄적 경영 구조가 흔한 한국 중소 식품기업들에게도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경고다.

넷째, 최고식품안전책임자(CFSO)의 독립적 권한이 필요하다. 보어스 헤드는 이번 사태 이후에야 처음으로 CFSO를 임명했다. 식품 안전 담당자가 사고 발생 전부터 이사회 수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현장 경고 신호는 번번이 묻힌다.

다섯째, 리콜 대응은 속도와 범위가 전부다. 보어스 헤드는 최초 리콜 규모를 과소 책정했다가 나흘 만에 35배 이상 확대했다. 이 지연이 추가 피해를 낳았다. 리콜은 '충분히'보다는 '빠르게, 넓게'가 원칙이다.


2026년 3월 7일 토요일

스타벅스, 뉴욕시 역대 최대 노동법 합의금 3,890만 달러

직원 1만 5,000명 이상의 근무 스케줄을 임의로 삭감하고 추가 근무 기회를 박탈한 사실이 적발되며,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금 지급이 확정되었다.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이 사건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수익 압박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발표일: 2025년 12월 1일 발표 기관: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부(DCWP)


위반 법률: 공정근무주간법

스타벅스가 위반한 것은 뉴욕시의 공정근무주간법(Fair Workweek Law)이다. 2017년 시행된 이 법은 패스트푸드 업종의 구조적 약자인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고용주에게는 근무 14일 전 정기 스케줄 사전 고지, 스케줄 변경 시 프리미엄 수당 지급, 신규 채용 전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 우선 부여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이 법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보호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스케줄이 초래하는 삶의 불안정성, 즉 육아 공백, 학업 중단, 부업 계획의 붕괴를 방지하는 데 있다. 뉴욕시가 이 법을 도입한 배경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노동 유연성을 명분으로 사실상 직원의 생활 전반을 통제해왔다는 오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위반의 실체: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착취

조사 결과 드러난 위반은 일부 매장의 일탈이 아니라, 뉴욕시 전역 300개 이상 매장에 걸친 조직적 관행이었다.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만 50만 건 이상의 위반이 확인되었다.

구체적 위반 양상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정기 스케줄 없이 운영되었으며, 회사는 직원 동의 없이 근무시간을 15% 이상 삭감하였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주간 소득을 예측할 수 없었고, 일상적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태에 지속적으로 놓였다. 또한 회사는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신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다수를 비자발적 파트타임 상태에 묶어두었다. 이는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비용 절감 기제였다.


사건 경위

2022년, 수십 건의 노동자 민원이 접수되며 DCWP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일부 매장에 국한되었던 조사는 이후 뉴욕시 내 전 매장으로 확대되었다. 단일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반의 운영 방식 자체가 문제임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5년 12월 1일, 뉴욕시장 에릭 애덤스와 DCWP는 총 3,89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공식 발표하였다. 피해 직원 보상금 3,550만 달러와 민사 과태료 340만 달러로 구성된 이 합의는,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로 기록되었다. 보상은 해당 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주당 50달러씩 지급되며, 약 1년 반을 근무한 직원은 3,900달러가량을 수령하게 된다. 금전 보상과 함께, 최근 매장 폐점으로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타 지점 재취업 기회가 보장되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경영 환경과 구조적 배경

이 사건을 단순히 법 위반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읽는 것은 표면적 해석에 머무는 것이다. 위반이 이토록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데는, 스타벅스가 처한 경영 환경과 그 안에서 작동한 구조적 유인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팬데믹 이후 급격한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인플레이션, 글로벌 소비 침체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을 지키기 위한 내부 압력이 강해졌다. 이 압력이 가장 먼저, 가장 손쉽게 작용하는 곳은 현장 인력의 스케줄 관리였다. 정규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단기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벅스의 분권화된 매장 운영 구조도 위반을 용이하게 한 요인이었다. 수백 개의 뉴욕시 매장은 각 지역 관리자의 재량 아래 스케줄이 운영되었고, 본사 차원의 법적 컴플라이언스 감시 체계가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였다. 법을 준수하는 비용보다 위반이 적발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제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되는 구조에서, 현장의 관행은 자연스럽게 법의 경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더해, 공정근무주간법 자체의 집행력 문제도 있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로도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위반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었으나, 3,890만 달러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합의가 나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발 이전까지 수백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평판 리스크와 브랜드의 역설

이번 합의는 금전적 손실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에 근본적인 균열을 초래하였다.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직원을 '파트너(Partner)'로 호칭하며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를 표방해왔다. 직원 복지와 공정한 처우를 마케팅의 핵심 서사로 삼아온 기업이, 정작 수만 명의 직원 스케줄을 수년간 불법으로 조작해왔다는 사실은 그 서사 전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소비자 신뢰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층을 주요 기반으로 삼는 브랜드에게, 노동 착취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남긴다. 이미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과 잇따른 매장 폐점으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 내 신뢰 회복의 과제를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시사점: 법적 환경의 변화와 기업의 선택

이 사건은 미국 전역 고용주들에게 예측적 스케줄링 법률 준수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강력한 선례로 남게 되었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유사 법률을 운용하는 도시들의 집행 강화가 예상되며, 노동자 권리 보호를 둘러싼 법적 환경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단기적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법의 경계를 묵인하는 관행이 결국 훨씬 큰 재정적·평판적 대가로 돌아온다는 것, 이번 스타벅스 사건이 남기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컴플라이언스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뉴욕시 DCWP 공식 발표 (2025.12.01) · OPB · Restaurant Dive · Akerman LLP


2026년 2월 28일 토요일

미국 고용법의 지뢰밭: 반드시 알아야 할 인사노무 리스크

2026년 2월, 미국 최대 집단소송 정보 사이트인 ClassAction.org에 올라온 고용 관련 집단소송 목록을 보면 한 가지 공통된 신호가 읽힌다. 미국에서 사람을 쓰는 일은 그 자체가 법적 리스크다.


1. 가장 빈번한 소송: 임금 및 초과근무 (Wage & Hour)

미국 고용 소송의 절반 이상은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직원, 초과근무 수당 제대로 줬나?"

연방법(FLSA, Fair Labor Standards Act)에 따르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에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세 가지 구멍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① 초과근무 계산 오류 보너스, 커미션, 각종 수당을 '정규 임금 산정 기준(regular rate of pay)'에서 빼놓고 계산하는 경우다. 예컨대 월 $500의 생산성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초과근무 계산 시 이를 포함하지 않으면 매주 미지급 임금이 쌓인다. 이것이 집단소송으로 묶이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배상이 된다.

② 근무 외 시간 무급 처리 창고 노동자의 보안 검색 대기 시간, 교대 전 준비 시간, 퇴근 후 업무 이메일 처리 시간 등 '업무와 연관된 모든 시간'은 원칙적으로 임금 지급 대상이다. 이 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창고·물류·호텔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③ 면제 직원(Exempt Employee) 오분류 관리직이나 전문직에 해당한다며 초과근무 의무를 면제 처리했지만, 실제 업무 내용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직함이 "Manager"라는 이유만으로 면제 처리하면 이는 소송 사유가 된다.


2. 의료·요양 업종의 특수 함정: CNA 근무 차등 초과근무

간호조무사(CNA)를 포함한 의료·요양 종사자 소송은 일반 초과근무 소송보다 한 층 더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야간 근무, 주말 근무, 교대 근무에 '근무 차등 수당(shift differential)'을 추가로 지급한다. 문제는 초과근무 계산 시 이 차등 수당을 기준 임금에서 빼버리는 관행이다.

예를 들어 기본 시급이 $20이고 야간 차등 수당이 $3이면, 실제 시급은 $23이다. 초과근무 수당은 $34.50(=$23×1.5)이 되어야 하는데, 기본 시급 $20만 기준으로 계산해 $30을 지급하면 매 시간 $4.50씩 미지급이 발생한다.

이 계산 오류는 작아 보이지만, 수십 명의 교대 근무자가 수년간 쌓이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발전한다. 미국에서 요양원, 홈케어, 의료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급여 시스템의 차등 수당 처리 방식을 즉시 점검해야 한다.


3. 서비스업의 지뢰: 호텔 근로자 소송

호텔 업종은 미국 고용 소송의 단골 피고 업종이다. 프런트 데스크, 하우스키핑, 식음료 서비스 등 다양한 직군이 동시에 얽히기 때문이다.

소송의 주요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교대 전후 준비 및 정리 시간 무급 처리다. 유니폼 착용, 청소 장비 점검, 객실 배정 확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근무 전 활동'으로 분류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문제가 된다.

둘째, 휴식 및 식사 시간 미보장이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특정 시간마다 유급 휴식과 무급 식사 시간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건당 페널티가 부과된다.

셋째, 팁 풀링(tip pooling) 규정 위반이다. 팁을 받는 직원들 사이에서 팁을 배분하는 방식에도 엄격한 연방·주 규정이 있다. 관리자나 감독자가 팁 풀에 포함되면 즉각 위반이다.

한국 호텔·외식·서비스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리스크가 바로 이 업종별 특수 규정들이다.


4. 독립 계약자 오분류: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적 함정

아마존 플렉스, 리프트, 쉽트, 월마트 스파크까지.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 목록에는 플랫폼 기반 배송·운송 서비스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이 소송들의 핵심 논점은 하나다.

"이 사람이 정말 독립 계약자인가, 아니면 사실상 직원인가?"

미국에서는 연방법과 주법이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ABC 테스트'라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계약자 지위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 노동 친화적 주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존재한다.

독립 계약자로 분류할 경우 기업은 최저임금, 초과근무, 산재보험, 비용 환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오분류 소송의 배상액은 막대하다. 미지급 임금에 더해 세금 미납분,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긱 이코노미 모델이나 프리랜서 계약 방식을 활용하려 할 때, 이 함정은 특히 위험하다. 계약서에 '독립 계약자'라고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5. HR 아웃소싱의 맹점: 채용 담당자 초과근무 소송

인력파견사, 헤드헌팅 회사, HR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는 채용 담당자(Recruiter)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소송의 구조는 단순하다. 채용 담당자를 '전문직 면제(Professional Exemption)' 또는 '행정직 면제(Administrative Exemption)' 범주로 분류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이 분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FLSA상 전문직 면제가 되려면 고급 지식을 요하는 전문 분야에서 주로 지적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단순 채용 공고 관리, 이력서 스크리닝, 면접 일정 조율 등의 업무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에 HR 팀을 두거나 채용 대행사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채용 담당자의 직무 분류와 초과근무 수당 지급 여부를 반드시 재점검해야 한다.


6. 교육기관·기숙시설의 맹점: 뉴저지 RA 최저임금 소송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관리하는 Resident Advisor(RA)의 임금 문제가 뉴저지에서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RA는 통상 기숙사 방과 식사를 제공받는 대신 임금을 받지 않거나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원은 숙식 제공을 '현물 임금(in-kind compensation)'으로 볼 때 그 가치가 실질적 근로 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판례는 대학 기숙사뿐 아니라 기업 연수원, 사원 기숙사, 합숙 형태의 근무 환경을 운영하는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직원을 고용할 경우, 현물 보상의 법적 처리 방식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7. AI 채용 도구의 새로운 리스크

목록에서 가장 주목할 항목은 "AI 채용 심사 소송"이다.

AI 기반 이력서 스크리닝, 챗봇 면접, 알고리즘 심사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공정신용보고법(FCRA) 위반으로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FCRA는 채용 과정에서 소비자 보고서를 활용할 경우 구직자에게 사전 고지, 동의 획득, 결과 공유 등 엄격한 절차를 요구한다.

AI 도구가 이 범주에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일부 주(일리노이, 뉴욕 등)에서는 AI 채용 도구의 편향성 감사를 의무화하는 별도 법률까지 도입했다.

한국 본사에서 글로벌 HR 솔루션을 도입할 때 미국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지 않으면 즉각적인 소송 리스크가 된다.


8. 배경조사의 절차적 함정

채용 과정에서 배경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절차를 어기면 소송 대상이 된다.

FCRA는 다음을 요구한다. 배경조사 실시 전 별도 서면 고지 및 동의 획득, 부정적 결과로 채용 거부 시 사전 통보 및 이의 제기 기회 부여, 최종 거부 결정 후 공식 통지가 그것이다.

이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면, 채용 탈락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이 집단소송으로 발전하면 절차 위반 건수만큼 1,000달러씩의 법정 손해배상이 쌓인다.


9. 지역별로 다른 법률 지형: 뉴저지·매사추세츠

집단소송 목록에는 뉴저지와 매사추세츠가 별도 항목으로 등장한다. 이 두 주는 연방법보다 훨씬 강력한 노동 보호 규정을 가지고 있다.

뉴저지는 급여 지급 빈도, 임금 명세서 형식, 독립 계약자 판단 기준에서 연방보다 엄격하다. 매사추세츠는 퇴직 시 마지막 급여를 즉시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 대상이 된다.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단일한 HR 정책을 전국에 적용하려 하면 반드시 충돌이 생긴다. 주별 법률 지형을 파악하지 않은 글로벌 표준 정책은 미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진출 기업을 위한 핵심 인사이트

① 계약서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미국 법원은 계약서 문구보다 실제 근무 형태를 본다. 계약자라고 써도 지시·통제·배타적 의존 관계가 있으면 직원으로 판단한다.

② HR 정책의 주(State)별 맞춤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50개 주가 각자 다른 노동법을 운영한다. 연방법만 따르는 것은 반쪽짜리 컴플라이언스다.

③ 업종별 특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할 것 의료·요양·호텔·서비스업은 일반 사무직과 전혀 다른 임금 계산 규칙이 적용된다. 업종에 맞는 별도 점검이 필요하다.

④ AI HR 도구 도입 전 법률 검토를 먼저 채용·평가·모니터링에 AI를 도입할 때, 미국 적용 가능성과 각 주의 규제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⑤ 현물 보상 방식도 임금법의 적용을 받는다 숙식 제공, 현물 지급 등 비현금 보상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될 수 있으며, 그 가치 산정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⑥ 집단소송의 규모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미국의 집단소송은 한 명의 피해자가 수천 명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1인당 소액의 임금 미지급이 기업 전체로는 수천만 달러 배상으로 귀결된다.

⑦ 컴플라이언스 비용은 소송 비용보다 항상 싸다 HR 컨설턴트, 노동법 전문 변호사, 급여 시스템 정비에 드는 비용은 집단소송 한 건의 합의금에 비하면 미미하다. 진출 초기부터 구조를 올바르게 잡는 것이 가장 저렴한 리스크 관리다.


미국 시장은 기회만큼 규제의 밀도도 높다. 사람을 고용하는 순간부터 법적 의무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의무는 업종마다, 주마다, 고용 형태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이 복잡성을 직시하는 것이 미국 사업의 첫 번째 조건이다.


2026년 2월 14일 토요일

중국 법원, 라벨 위조 '블랙 공작소' 주주에게 구매액 10배 징벌배상

법인을 청산해도 안 된다. 라벨을 허위로 기재해도 안 된다. 회사 뒤에 숨어도 안 된다. 2024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이번 모범사례는 그동안 관행처럼 통용되던 책임 회피 방식을 하나씩 봉쇄하겠다는 사법부의 공개 선언이다. 중국에 식품을 수출하거나 현지에서 식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면, 이 판결을 단순한 타산지석이 아닌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건명] 유(劉) 모씨 대 종(钟) 모씨 — 정보통신망 매매계약 분쟁 사건 [공표일] 2024년 8월 21일 (최고인민법원 기자회견 발표) [사법해석 시행일] 2024년 8월 22일


사건 개요: 백주 20배치, 전부 가짜였다

소비자 유(劉) 모씨는 2021년 5월 5일,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모 주류 회사(某酒业公司)의 네트워크 쇼핑몰에서 백주(白酒) 20건(件)을 구매하고 7,173위안(한화 약 140만 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수령한 백주의 라벨에 기재된 생산공장 명칭과 생산허가 번호가 모두 허위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식 허가도, 실존하는 공장도 없는 이른바 '블랙 공작소(黑作坊)' 제품이었다.

유 모씨는 주류 회사를 상대로 '퇴일배십(退一赔十)', 즉 구매 대금 환급에 더해 10배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해당 주류 회사의 유일한 자연인 주주인 종(钟) 모씨에게도 연대 배상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책임 회피: 법원 전화 거부, 법인 말소, 휴대전화 폐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주 종 모씨의 행태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법원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온라인 쇼핑몰 개설 당시 실명으로 등록한 휴대전화 번호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이사회 결의 해산'을 명목으로 주류 회사를 아예 법인 말소(注销)해 버렸다. 회사라는 법적 외피를 제거하면 개인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판결: 주주 종 모씨에게 7,173위안 환급 + 71,730위안 배상

심리 법원은 유 모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도 피고 주류 회사와의 매매계약 관계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해당 백주가 단순 라벨 결함인지 아니면 식품안전 기준 위반인지의 판단이다. 법원은 생산공장 명칭과 생산허가 번호가 모두 허위로 기재된 이 사건은 '라벨 결함(瑕疵)'이 아니라, 소비자를 오도하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중화인민공화국 식품안전법 제148조 제2항에 따라 구매 금액의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됐다.

둘째, 회사가 이미 말소된 상태에서 주주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법원은 중화인민공화국 회사법(公司法)을 근거로, 주주가 고의로 회사를 악의적으로 말소하여 채무를 면탈하려 한 경우 법인격 독립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종 모씨는 회사 환급금과 함께 구매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유 모씨에게 직접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이 모범사례로 선정된 이유

이 사건은 2024년 8월 21일 최고인민법원(最高人民法院) 기자회견에서 '식품안전 징벌적 손해배상 전형사례(典型案例)' 4건 중 사례 2로 공식 발표됐다. 다음 날인 8월 22일부터는 이 판결의 직접적 법적 근거가 된 '식품·약품 징벌적 손해배상 분쟁 사건 심리에 관한 법률 적용 약간 문제의 해석(법석[2024]9호, 이하 사법해석)' 총 19개 조항이 전국에 시행됐다.

이 사법해석의 핵심 조항은 라벨 위반의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라벨의 흠결이 단순 결함으로 면책되려면 식품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비자를 오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생산공장 허위 기재, 생산허가 번호 위조, 중대한 오기재는 어떤 경우에도 단순 결함으로 처리될 수 없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구매 금액의 10배 또는 손해액의 3배 중 소비자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으며, 최소 1,000위안의 하한선이 설정되어 있다.

최고인민법원이 이 사건을 전국 모범사례로 채택했다는 것은, 전국 각급 법원에 대한 사실상의 판결 지침으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산둥성(山东省) 소재 법원의 원심 판결이 최고인민법원을 통해 전국 기준이 된 셈이다.

중국 식품 규제의 방향: 2013년부터 현재까지 62,000명 형사처벌

이번 판결은 단발성 이슈가 아니다. 중국 사법당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식품안전 기준 위반 관련 형사 사건 45,000건 이상을 처리하면서 62,000명 이상에게 형사 책임을 물었다. 2024년은 이 흐름의 정점에 해당하는 해로, 입법 정비와 사법해석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민사 징벌배상의 상한을 높이는 한편, 형사 처벌망도 넓히는 방식으로 식품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 비용 자체를 대폭 끌어올리는 구조다.

대중국 수출업체에 대한 경고

이 판결이 중국 내부의 불법 제조업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큰 오산이다.

라벨 오류 하나가 10배 배상의 트리거가 된다. 이번 사법해석은 생산자 정보, 허가번호, 성분표, 생산일자, 유통기한 등의 허위 기재뿐 아니라 '중대한 오기재'도 단순 결함으로 면책하지 않는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식품의 중국어 라벨이 현행 식품안전법 제67조 기준을 충족하는지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중국 유통 파트너의 라벨 임의 수정은 곧 리스크다. 현실에서 중국 유통업체가 수입 원제품에 자체적으로 라벨을 붙이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외국 제조사에게 연대 책임으로 귀속될 수 있다. 계약 단계에서 라벨 관리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법인 구조에만 의존한 리스크 차단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1인 주주의 개인 연대책임을 명확히 인정했다.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식품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법인 운영이 불투명하거나 지배주주가 고의로 법인을 활용해 채무를 회피하려 한다면 개인 또는 모회사에 직접 책임이 귀속될 수 있다.

제품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확보가 필수다. 블랙 공작소 제품과 명확히 구별되기 위해서는 원산지 인증, 제조 이력, QR 기반 추적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중국 당국의 요구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