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조직은 어떻게 단단해지는가



지정학적 충격과 사회적 불안, 그리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는 더 이상 조직 외부의 사안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외부 세계와 직장의 경계는 허물어졌으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갈등은 직원들의 정서와 운영 리듬을 흔들어 성과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본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9호(2025년 11월 Issue 2)**에 게재된 <외부 혼란 속 조직 다지는 리더십> 리포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 리포트는 야신 로프카닌(바스대 교수), 벤저민 레이커(리딩대 교수), 치디에베레 오그보나야(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 리파트 카마삭(헨리 경영대학원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국제 비교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원문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5년 10월 호에 실린 'What It Takes to Lead Your Team Through Turbulence'로, 외부의 불안이 조직 내부로 전이되는 메커니즘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외부의 혼란이 조직에 남기는 흔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부의 사회적 불안에 노출된 직원의 약 80%가 집중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실제 15~20%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위축을 넘어 팀 전반의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시스템적 혼란이다. 리더가 상부의 지침만을 기다리거나 잘못된 말을 할까 두려워 침묵할 때, 그 공백은 불안과 허위 정보로 채워진다. 이제 리더에게 공감과 적응은 선택적인 소프트스킬이 아니라 비즈니스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필수 역량이다.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는 네 가지 기둥

1. 전략적 강점으로서의 유연성(Flexibility)

유연성은 단순한 시혜적 조치가 아닌, 운영을 안정화하는 보호 완충장치다. 위기 시 신속하게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업무를 재분배한 조직은 마감일 초과 비율을 23% 줄였고, 스트레스성 결근 역시 18%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다. 리더는 유연성을 즉흥적 대응이 아닌 공식화된 정책으로 내재화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2. 관성을 타파하는 혁신의 촉매(Innovation)

안정된 시기에는 결코 깨지지 않던 낡은 관행이 위기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뛰어난 리더는 혼란을 실험의 기회로 전환한다. 시스템 마비를 가정하고 프로세스를 재구상하는 ‘가상 시나리오(what-if) 워크숍’은 문제 해결의 창의성을 약 20% 향상시켰으며, 직원들에게 위기를 돌파할 주도권과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3. 규율 있는 절제의 소통(Communication)

불안정한 시기에 메시지의 횟수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효과적인 리더는 빈도는 줄이되 의도에 집중한다. 필수 정보에 집중하고 불확실성을 정직하게 인정하며, 공황이 아닌 공감을 담은 어조를 유지한다. 특히 직원들이 커뮤니케이션 채널 설계에 직접 참여할 때 정보 피로도가 줄어들고 신뢰도가 상승한다.

4. 침묵 속의 고통을 읽는 민감성(Attentiveness to silence)

리더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기술은 ‘침묵’을 해석하는 능력이다. 참여 감소, 짧아진 응답, 어조의 변화와 같은 미세한 징후는 사기와 생산성이 악화되기 전 나타나는 조기 경보 신호다. 관리자는 대화보다 관찰에 중점을 둔 체크인을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은 고통의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낼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안전함을 느끼고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다.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잡는 리더의 결단

위기 상황의 리더십은 영웅적인 자세를 뽐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실시간으로 책임지며, 모든 소통 접점에서 모호함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외부의 파도가 조직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는 있으나, 리더가 정밀함과 공감, 그리고 흔들림 없는 의지를 갖춘다면 그 파도는 오히려 조직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다가오는 폭풍 속에서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명확한 방향성과 결단력 있는 용기다.


[사유와 성찰]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목적은 아니다."

— 윌리엄 셰드(William Shedd)

이 문장은 외부의 위험을 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파도를 뚫고 나아가야 하는 리더십의 본질적인 숙명을 상징한다. 조직을 단순히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를 동력 삼아 목적지로 나아가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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