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평판 리스크를 넘어 법적 실체로의 전이


"우리는 자연을 속일 수 없다. 자연은 투표권이 없지만, 마지막에 웃는 쪽은 언제나 자연이다." 이 격언은 ESG 경영이 기업의 실존적 전략이 된 오늘날 더욱 무거운 울림을 준다. 제품이나 기업 활동의 친환경성이 핵심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함과 동시에, 그 진위성을 엄밀히 따지는 '위장 환경주의(Greenwashing)'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 또한 매서워지고 있다.

과거 그린워싱이 주로 소비자 및 환경단체에 의한 '평판 리스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관련 법규 도입과 규제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실질적인 **'법적 리스크(Legal Risk)'**로 심화되는 추세다. 법률신문을 통해 발표된 최근 동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규제 환경과 기업의 대응 과제를 고찰한다.

1. 폭증하는 적발 건수와 인식의 비대칭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57건에 불과했던 환경성 표시·광고 기준 위반 행위는 2023년 4,935건으로 폭증하며 규제 당국의 감시망이 비약적으로 촘촘해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업의 인식과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그린워싱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반의 기업이 전담 부서나 내부 대응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의 가속도와 기업의 준비성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드러낸다.

2. 글로벌 규제의 선도: EU의 강력한 통제 체제

그린워싱 규제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EU Green Claims Directive(GCD)**는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 입증 의무: 기업은 친환경 주장에 대해 최소한의 입증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관련 정보를 QR코드나 웹링크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 환경 라벨링 규제: 공정하고 투명한 조건을 갖춘 전문가 협의 기반의 라벨링 제도만을 인정하며, 기존 라벨에 대해서도 엄격한 준수 요건을 요구한다.

  • 강력한 제재: 위반 시 해당 국가 내 수익의 최소 4% 이상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실효적인 억제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3. 국내 규제 체계의 고도화 및 이원적 감시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관련 법률을 통해 이원적인 규제 체계를 운용하며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 환경부: 기존 제품 중심 규제에서 나아가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 활동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했다. 진실성, 구체성, 전과정성 등 8대 원칙을 제시하며 정교한 판단 잣대를 적용한다.

  •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위반 사례와 체크리스트를 신설함으로써 사업자의 자발적 점검을 유도하고 규제 명확성을 높였다.

4. 리스크의 다각화: 소송과 공시 의무의 결합

그린워싱 리스크는 이제 행정 처분을 넘어 민사 소송과 지속가능성 공시 영역으로 전이되고 있다.

  • 법적 분쟁의 현실화: 해외에서는 정유사 및 항공사의 친환경 광고가 금지되거나, 탄소 중립 광고에 대해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 공시 의무와의 연계: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구체화됨에 따라, 향후 기업이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모든 환경 정보는 공시의 진위성 판단 기준과 직결되어 법적 책임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5. 전망: '솜방망이 처벌'의 종언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적발 건수 대비 행정지도에 치중된 미비한 처벌 수위에 대한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규제 당국은 대형 온라인 유통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기업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국내외 규제 동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그린워싱 방지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진정성 없는 녹색은 더 이상 마케팅의 도구가 아니라 경영의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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