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공정의 줄타기, 내부 가격 결정의 미학
아메바 경영의 시스템이 골격이라면, 아메바 간의 '매매(賣買)'는 그 사이를 흐르는 혈액이다. 그리고 이 혈액을 돌게 하는 심장이 바로 '사내 대체 가격(Transfer Price)'의 결정이다. 가장 민감하고, 가장 갈등이 폭발하기 쉬운 지점이다.
파는 아메바는 비싸게 넘기려 하고, 사는 아메바는 싸게 가져오려 한다. 이것은 필연적인 이익 상충이다. 자칫하면 내부는 아군끼리의 총질로 변질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위험한 제로섬(Zero-sum) 게임을 어떻게 윈윈(Win-Win)의 구조로 승화시켰는가.
'아메바 간의 가격 결정' 챕터는 단순히 회계적인 숫자를 맞추는 기술론이 아니다.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되, 그것을 공정함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철학적 합의 과정이다.
[핵심 요약] 가격은 권력이 아니라 '시장'이 정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은 정교하면서도 윤리적이다.
1. 시장 연동형 가격 결정 (Market-Based Pricing)
사내 가격은 부장님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기준은 철저하게 '최종 사용자가 지불하는 시장 가격'이다.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최종 제품을 파는 영업 아메바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 고통(가격 인하 압박)은 제조 공정의 맨 앞단까지 차례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전가된다. 이를 통해 모든 아메바가 시장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2. 공정한 협상과 합의 (Fair Negotiation)
가격 결정은 아메바 리더 간의 치열한 협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엔 대전제가 있다. '거짓말하지 말 것'. 자신의 원가를 부풀리거나 정보를 은폐하여 상대를 속이는 행위는 아메바 경영의 근간인 신뢰를 파괴하는 대죄(大罪)다.
3. 경영진의 재정(裁定) 역할
이익 다툼이 도를 넘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힘의 논리가 작용할 때 상위 리더가 개입한다. 이때 리더는 솔로몬이 되어야 한다. 누구의 편도 아닌, '회사 전체의 이익'과 '공정함'이라는 잣대로 가격을 조정한다.
[전문가적 분석] 시스템의 건전성을 지키는 장치들
이 챕터는 자유 시장 경제의 원리를 사내에 도입하되,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기지 않고 '보이는 도덕'을 개입시킨다.
슬라이딩 방식의 고통 분담: 엔드 유저 가격이 10% 하락하면, 사내 각 공정의 매매 가격도 비율에 맞춰 슬라이딩(Sliding)한다. 특정 부서가 독박을 쓰거나, 반대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리더의 도덕성 검증: 가격 협상은 리더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자신의 아메바 이익을 위해 동료 아메바를 착취하려 하는지, 아니면 상생을 모색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를 인재 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즉시성의 원칙: 가격 결정은 신속해야 한다. 논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원칙에 입각한 빠른 합의가 효율성의 핵심이다.
[명구 인용] 공정함을 향한 엄중한 경고
저자는 가격 결정이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올바름을 실천하는 행위임을 누차 강조한다.
"가격 결정은 경영 그 자체다. (値決めは経営) 단순히 물건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경영자의 철학과 판단력이 응축되어야 한다."
"자신의 아메바만 이익을 보면 된다는 생각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 전체가 살지 않으면 부분도 죽는다. 파트너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가격이어야 비로소 거래가 성립된다."
"리더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한다. 사내 매매 가격을 결정할 때 사심이 개입되거나 불공정한 거래가 용인된다면,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망치는 흉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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