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심판관: 자유를 지탱하는 강철 같은 규율
수많은 아메바가 세포 분열을 일으키며 제각기 이익을 쫓아 질주한다. 역동적이지만 위태롭다. 자칫하면 조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즉 무정부 상태(Anarchy)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야생의 에너지들이 서로 충돌하여 자멸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중력'은 어디에 있는가.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관리 부문'을 단순한 지원 부서나 서무 부서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아메바 경영이라는 거대한 게임의 '룰 메이커(Rule Maker)'이자, 그 룰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심판관(Referee)'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경쟁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경영관리 부문은 아메바 리더들이 마음껏 뛰어놀되,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긋고 감시하는 조직의 중추신경계다.
이 챕터는 전방의 전투 부대(아메바)가 오직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어떤 정교한 시스템과 원칙이 그들을 받치고 있어야 하는지를 논한다.
[핵심 요약] 시스템의 수호자, 진실의 파수꾼
전방의 아메바가 창과 방패라면, 경영관리 부문은 그들이 딛고 선 땅이다.
1. 제도의 설계와 운용 (Infrastructure)
시간당 채산성 계산 방식, 사내 매매의 규칙, 경비 배분의 원칙 등 아메바 경영이 돌아가는 'OS(운영체제)'를 설계한다. 모든 아메바가 동일한 회계 기준을 사용해야만 성과를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그들은 이 기준을 만들고, 교육하고, 끊임없이 수정 보완한다.
2. 자산의 관리와 배분 (Asset Management)
개별 아메바는 설비나 자금을 소유하지 않는다. 모든 자산은 회사의 것이다. 경영관리 부문은 아메바에게 설비와 공간을 빌려주고, 그에 상응하는 금리나 사용료를 부과한다. 이를 통해 아메바 리더가 불필요한 자산을 껴안고 낭비하는 것을 막고,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3. 공정성의 최후 보루 (Fairness)
아메바 간에 이익 다툼이 벌어질 때, 혹은 아메바가 자신의 실적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려 할 때, 경영관리 부문은 추상같은 잣대로 이를 심판한다. 그들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닌 '회사의 이익'과 '철학'의 편에 서야 한다.
[전문가적 분석] 권력의 견제와 균형 (Check and Balance)
이 챕터는 아메바 경영이 단순히 '성과주의'가 아니라 '규율 있는 자율'임을 증명한다.
진실의 검증자: 아메바 리더는 실적 압박 때문에 숫자를 조작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경영관리 부문은 매일 집계되는 실적 데이터의 정합성을 검증한다. "숫자로 거짓말하지 마라." 이것은 아메바 경영의 불문율이며, 관리 부서는 이를 지키는 경찰이다.
간접 부문의 가치 재정립: 보통의 기업에서 인사, 총무, 경리 등은 돈을 쓰는 부서(Cost Center)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아메바 경영에서 그들은 시스템을 유지하고 아메바 간의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이자,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전략 참모'로 격상된다.
전체 최적화의 조타수: 개별 아메바는 '부분 최적화'에 매몰되기 쉽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 경영관리 부문은 숲 전체를 조망하며, 특정 아메바의 독주가 전체 생태계를 해치지 않도록 조율한다.
[명구 인용] 심판관의 고독과 긍지
저자는 관리 부문이 현장의 아메바 리더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영관리 부문은 아메바 경영의 헌법을 지키는 헌법재판소와 같다. 규칙이 공정하지 않거나, 심판이 흔들리면 그 게임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현장의 아메바가 이익을 내기 위해 땀 흘릴 때, 관리 부문은 그 땀이 헛되이 새 나가지 않도록 정교한 그물망을 짜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전투다."
"숫자는 인격이다. 관리 부서가 작성하는 자료에 사심이 들어가거나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눈을 가리는 중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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