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아메바 경영 4-3 교세라의 회계 원칙

장부(帳簿)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거짓을 쓸 뿐

회계(Accounting)를 흔히 '경영의 언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이 언어는 왜곡되고, 화장(Make-up)되어 진실을 가리는 가면으로 전락하곤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회계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나 세금을 내기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경영자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자, 거친 항해를 안내하는 나침반이다.

'교세라의 회계 원칙' 챕터는 현대 회계학의 관습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이나모리 가즈오만의 독창적인 철학서다. 그는 기술자 출신답게, "왜 이 숫자가 이렇게 되는가?"를 근원부터 파고들었다. 그리고 복잡한 회계 기준 대신,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가"라는 단순 명료한 도덕률을 회계의 뼈대로 삼았다.

그가 세운 '교세라 회계학'의 7가지 원칙은 테크닉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나약함(부정, 나태, 착각)을 시스템으로 방지하고, 기업의 건강 상태를 있는 그대로(Naked) 드러내기 위한 엄격한 규율이다.


[핵심 요약] 회계, 경영의 예술(Art)이 되다

저자는 회계가 경영의 사후 보고서가 아니라, 경영 그 자체임을 설파한다.

1. 실질(Real)의 추구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면 자산으로 잡지 않는다. 재고가 쌓여 이익이 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걷어내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과 팔릴 수 있는 물건만을 '진짜'로 취급한다.

2. 죄를 만들지 않는 시스템

인간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의 동물이다. 돈과 물건 관리가 허술하면 착한 사람도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저자는 직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직원을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완벽한 감시 시스템(더블 체크 등)을 구축하는 것이 경영자의 사랑(Love)이라고 역설한다.

3. 단순함의 미학

복잡한 계정 과목 뒤에 숨지 마라.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회계는 투명하고 단순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다.


[교세라 회계 7원칙의 주요 특징]

이 챕터에서 강조하는 7가지 원칙 중 핵심적인 몇 가지를 해부한다.

  • 일대일 대응의 원칙 (One-to-One Correspondence):

    "물건이 움직일 때 전표도 반드시 함께 움직인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현장에서 가장 안 지켜지는 원칙이다. 외상 거래, 가불 등 '나중에 처리하겠다'는 관행을 철저히 배격한다. 물건과 돈, 그리고 전표는 그림자처럼 붙어 다녀야 한다. 그래야 부정과 오류가 틈입할 공간이 사라진다.

  • 근육질 경영의 원칙 (Muscular Management):

    군살(지방)이 낀 기업은 둔하다. 팔리지 않는 악성 재고, 놀고 있는 설비는 자산이 아니라 짐이다. 교세라는 필요 없는 자산을 과감히 상각 처리하여 장부에서 지워버린다. 겉보기에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튼튼한 근육(현금 창출 능력)만을 남기겠다는 의지다.

  • 완벽주의의 원칙 (Perfectionism):

    "99%는 0%와 같다." 회계에서 적당히란 없다. 지우개로 지운 흔적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숫자가 틀리면 경영 판단이 틀려진다. 마지막 1엔까지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함이 경영의 신뢰를 담보한다.

  • 더블 체크의 원칙 (Double-Check):

    모든 돈과 물건의 입출금은 반드시 두 사람 이상이 확인한다. 이는 상호 견제를 넘어, 서로의 실수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다.


[전문가적 분석] 실용주의와 윤리의 결합

교세라 회계 원칙은 일반회계기준(GAAP)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엄격하다.

  • 감가상각의 가속화: 법적으로 10년에 걸쳐 상각할 설비도, 기술 진보가 빠르다면 1년 만에 털어버린다. 당장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미래의 재무 건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 캐시 플로우(Cash Flow) 중시: '흑자 부도'라는 말이 있다. 장부상 이익은 났는데 현금이 없어 망하는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돈이 들어와야 매출이고, 돈이 나가야 비용이다"라는 현금주의적 사고를 통해 기업의 생존력을 극대화했다.

  • 투명 경영의 토대: 아메바 경영의 전제는 '전원 참가'다. 모든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려면 회계 정보가 투명해야 한다. 교세라의 회계 원칙은 거짓 없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유리알 경영'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다.


[명구 인용] 본질을 찌르는 통찰

저자는 회계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영자의 인격과 철학이 투영된 결정체임을 강조한다.

"회계는 경영의 나침반이다. 나침반의 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면, 그 배는 반드시 난파한다."

"사람을 믿어라.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나약함은 경계하라. 더블 체크는 직원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배려다."

"매출은 늘리고 경비는 줄인다. 이 단순한 원칙을 숫자로 증명하는 것, 그것 외에 회계의 다른 목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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