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화폐, 노동의 가치를 묻다
경영이란 결국 숫자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 숫자가 난해한 암호가 되어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되는 순간, 현장의 활력은 사라진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복잡한 회계장부를 혐오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작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숫자는 죽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시간당 채산 제도'는 회계의 민주화를 향한 혁명이다. 그는 어렵고 복잡한 결산서를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화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시간(Time)'**이라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원을 배치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얼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가?"
이 질문은 잔인하지만 본질적이다. 이 챕터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노동을 '비용'이 아닌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의식 개혁의 프로세스다. 시간당 채산표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자가 경영자라는 무대에 오르기 위한 입장권이다.
[핵심 요약] 회계, 엘리트의 성역에서 현장의 무기로
저자는 경영의 숫자가 현장 깊숙이, 말단 사원의 혈관까지 흘러야 한다고 믿었다. 이를 위해 그가 고안한 장치는 정교하면서도 직관적이다.
1.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계부'식 회계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의 차변, 대변 같은 복식부기 용어는 필요 없다. "얼마를 벌었고(매출), 얼마를 썼으니(경비), 얼마가 남았다(이익)." 이 단순명료한 뺄셈의 미학을 도입했다. 직관적이어야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 공통의 잣대: 시간당 채산(Hourly Efficiency)
매출이나 이익의 절대 액수는 부서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총 노동 시간'으로 나누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매출 - 경비) ÷ 총 노동 시간 ]. 이 공식은 거대 아메바든 소형 아메바든 동일한 잣대로 생산성을 측정하게 해 준다.
3. 결과의 즉시성
한 달 뒤에 나오는 결산서는 '검시(檢屍) 보고서'일 뿐이다. 이미 죽은 뒤에 사인을 밝혀봐야 소용없다. 아메바 경영은 매일의 실적을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한다. "어제 우리의 한 시간은 3,000엔의 가치였구나." 이 피드백이 오늘의 행동을 수정하게 만든다.
[전문가적 분석] 관리 회계(Management Accounting)의 진화
이 챕터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기존 회계학의 관점을 어떻게 전복시켰는지 보여준다.
인건비의 재해석: 일반 회계에서 인건비는 '줄여야 할 비용(Cost)'이다. 그러나 아메바 경영의 시간당 채산 계산식에서는 비용 항목에서 인건비를 뺀다. 즉, **'부가가치 = 매출 - (재료비+경비)'**다. 이렇게 산출된 부가가치를 시간으로 나누어, 우리가 만든 가치가 우리 급여의 몇 배가 되는지를 스스로 증명하게 한다. 이는 직원을 비용 덩어리가 아닌, 부가가치 창출의 주체로 격상시키는 철학적 장치다.
게임화(Gamification) 된 경영: 숫자가 단순해지면 경영은 게임이 된다. 아메바들은 매일 갱신되는 자신의 '시간당 채산' 점수를 올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한다. 복잡한 지시보다 명쾌한 점수판 하나가 조직을 춤추게 한다.
시장 원리의 내재화: 시간당 채산성을 높이려면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매출을 늘리거나, 경비를 줄이거나, 시간을 단축하거나. 이 세 변수는 정확히 시장 경제의 생존 법칙과 일치한다. 직원은 자연스럽게 시장의 논리를 체득한다.
[명구 인용] 숫자에 혼을 불어넣다
저자는 회계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직원들의 의식을 깨우는 도구임을 강조한다.
"회계가 어렵다는 것은 핑계다. 진짜 문제는 경영자가 그 숫자를 현장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했다는 데 있다."
"매출 최대, 경비 최소. 이 단순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복잡한 회계 지식을 버리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시간당 채산'이라는 잣대를 만들었다."
"자신의 한 시간이 얼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모르는 사람은 프로가 아니다. 시간의 가치를 아는 순간, 노동은 밥벌이가 아니라 도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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