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를 쥔 자의 윤리, 혹은 영혼의 나침반
권한(Power)은 본질적으로 타락의 속성을 지닌다. 아메바 경영이 위험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조직을 잘게 쪼개고 각 리더에게 예산권과 인사권, 경영의 전권을 위임했다. 작은 왕국의 왕이 된 그들은 필연적으로 유혹에 빠진다. "내 아메바의 이익을 위해서라면..."이라는 명분 아래 이기심이 싹트고, 전체의 조화보다는 자신의 실적을 앞세우는 '부분 최적화'의 함정에 빠진다.
이 챕터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단호하다. 시스템(기술)만 있고 철학(정신)이 없는 아메바 경영은 흉기다. 그는 아메바 리더들에게 단순한 '실적 관리자'가 아닌, 인격을 갖춘 '진짜 경영자'가 되기를 요구한다. 리더의 가슴속에 확고한 철학이 심어져 있지 않다면, 그에게 쥐여준 권한은 결국 조직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 암세포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
이것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리더의 판단 기준을 기술적인 '손익'에서, 보다 상위 개념인 '인간으로서의 올바름'으로 격상시키는, 지극히 실용적이고도 고차원적인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 매뉴얼이다.
[핵심 요약] 왜 리더에게 철학이 필요한가
1. 판단의 기준점: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가
비즈니스는 매 순간이 선택의 갈림길이다. 이때 리더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강력한 규범이 필요하다. 저자는 복잡한 경영 이론 대신 "거짓말하지 마라", "남을 속이지 마라", "탐욕을 부리지 마라" 같은 유치원 수준의 도덕률을 강조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단순하고 원초적인 윤리만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칼에 정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Ockham's Razor)가 된다.
2. 전체와 부분의 충돌 제어: 이타심(利他心)
아메바 간의 경쟁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적대적 관계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내 아메바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회사 전체에 이득이 된다면 양보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는 계산기가 아닌 '이타심'이라는 철학에서 나온다. 리더에게 철학이 없다면 조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장소가 된다.
3. 존경과 통솔력의 원천
권한이 있다고 따르는 것이 아니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인격'을 본다. 숫자에만 매몰된 냉혈한이 아니라, 높은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리더일 때 구성원들은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고 따른다. 즉, 철학은 리더십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라이선스다.
[전문가적 분석] 철학의 기능적 역할
이 챕터는 아메바 경영이 '성악설'이 아닌 '성선설'에 기반하되, 그 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보여준다.
동기화(Synchronization) 도구: 수백 명의 아메바 리더가 제각각 판단하면 회사는 산으로 간다. '교세라 필로소피'라는 공유된 철학은 모든 리더의 사고 회로를 최고 경영자와 일치시키는 '사상적 동기화' 장치다.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실천: 리더는 자원을 배분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심판관이다. 사심(私心)이 개입되는 순간 조직은 붕괴한다. 철학은 리더의 사욕을 억제하고 공정함을 강제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능력보다 인격: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재론이 드러난다. "재능이 뛰어난 리더보다 철학을 가진 리더가 낫다." 재능은 칼이고 철학은 칼집이다. 칼집 없는 칼은 자신과 타인을 베기 마련이다.
[명구 인용] 영혼을 담금질하는 언어
저자는 리더의 자격이 숫자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그 숫자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있음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리더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집단을 지키겠다는 용기와 기개를 가져야 한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앞세우는 마음, 그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재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철학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리더에게 철학의 부재는 죄악이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라.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가.' 이 단순한 질문이 가장 복잡한 경영 난제를 푸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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