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침묵을 깨우는 의식(儀式)
숫자는 차갑다. 하지만 그 숫자를 만들어낸 인간의 땀은 뜨겁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차가운 결과표(채산표)에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실적관리'라고 불렀다. 그것은 단순히 장부를 마감하고 창고에 쌓아두는 행정 행위가 아니다. 어제의 치열했던 전투를 복기하고, 내일의 승리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장엄한 의식(Ritual)이다.
많은 기업이 실적 관리를 '감시'나 '평가'의 도구로 쓴다. "목표 달성했어? 못 했어?"라는 문책이 오가는 살벌한 취조실. 그러나 아메바 경영의 실적 관리는 다르다. 그것은 리더가 자신의 경영 의지를 천명하고,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성과(혹은 실패)를 투명하게 고백하며, 집단지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도장(道場)'이다.
이 챕터는 데이터가 어떻게 행동으로 전환되는지, 그 동적인 프로세스를 다룬다. 장부상의 숫자가 살아 움직여 현장의 손발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법, 그것은 바로 '철저한 공유'와 '엄격한 검증'에서 나온다.
[핵심 요약] 과거를 복기하여 미래를 지배하라
저자는 실적 관리가 단순한 '보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보고는 과거의 일이지만, 관리는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1. 일일 결산의 생활화 (Daily Closing)
한 달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승부처다. 매일 아침 전날의 실적을 확인하는 것은, 마라토너가 1km마다 자신의 페이스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어제 왜 목표에 미달했는가?"라는 질문에 즉각 답할 수 있어야, 오늘 만회할 수 있다.
2. 전원 앞에서의 공표 (Public Commitment)
아메바 리더는 매월 열리는 실적 발표회에서 단상에 오른다. 그는 상사에게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리더들과 경영진 전체 앞에서 자신의 성적표를 공개한다. 잘한 자에게는 박수가, 못한 자에게는 따끔한 질책과 조언이 쏟아진다. 이 공개적인 과정이 리더에게 강력한 책임감(Accountability)을 심어준다.
3. 변명 대신 대책을 (Action Oriented)
"경기가 안 좋아서", "납기가 짧아서" 같은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실적 관리는 원인 분석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약속하는 자리다. "그래서 다음 달에는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전문가적 분석] 심리적 압박과 집단 학습의 융합
이 챕터는 경영학적 통제 시스템에 심리학적 기제를 정교하게 결합했다.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의 활용: 실적을 공개 발표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스트레스를 긍정적 에너지로 바꾼다. "동료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자존심, "나도 저 사람처럼 칭찬받고 싶다"는 경쟁심이 리더를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공유: 실적 발표회는 실패 사례집이자 성공 비결 공유회다. A 아메바의 원가 절감 노하우가 B 아메바에게 전수되고, C 아메바의 실패 원인이 D 아메바의 예방주사가 된다. 조직 전체의 지적 자산이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
벡터(Vector)의 정렬: 개별 아메바들이 제멋대로 뛰지 않도록, 최고 경영자는 실적 검토회를 통해 회사의 전체 방향성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이는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고도의 통치 기술이다.
[명구 인용] 리더를 깨우는 죽비 같은 소리
저자는 실적 관리가 리더의 자질을 검증하고 단련하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숫자는 인격이다. 실적표에 적힌 숫자 하나하나에 리더의 고뇌와 노력, 그리고 정직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분석함으로써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실적 관리는 후회가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회의실은 조용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뜨거운 열기와, 서로의 지혜를 배우려는 치열한 질문이 오가는 전쟁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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