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아메바 경영 - 옮긴이의 글

얼음의 이성과 불꽃의 영혼: 아메바 경영의 역설적 결합

텍스트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는, 저자가 활자 너머에 숨겨둔 거대한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을 우리말로 옮긴 양준호 교수(인천대)의 글은 단순한 번역 후기가 아니다. 그것은 아메바 경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간파한 자의 날카로운 해부도다.

그가 포착한 핵심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기묘한 동거'다.

표면적으로 아메바 경영은 극단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조직을 세포 단위로 쪼개고, 시간당 채산성을 계산하며, 모든 구성원의 활동을 숫자로 환원한다. 마치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조직을 해부하듯, 기업 활동의 모든 비효율을 메스로 도려내는 작업이다. 여기엔 일말의 감정도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서구적 실용주의와 분석적 경영 기법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양준호 교수는 이 지점에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진짜 의도를 읽어낸다. 만약 아메바 경영이 오직 이 차가운 숫자놀음에만 머물렀다면, 그것은 인간성을 말살하고 조직을 끝없는 내부 경쟁의 지옥으로 몰아넣는 도구로 전락했을 것이다.

여기서 '비합리성'이 개입한다. 옮긴이가 지적하는 비합리성이란, 계산 불가능한 영역, 즉 인간의 도덕, 철학, 그리고 이타심을 의미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숫자가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에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지극히 형이상학적이고 뜨거운 영혼을 불어넣었다.

"아메바 경영의 진수는 철저한 채산 관리라는 합리적 시스템 속에,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비합리적 철학을 심어놓은 데 있다."

양 교수의 통찰처럼, 이 시스템은 '이기심'이라는 엔진으로 돌아가되, '이타심'이라는 브레이크와 핸들로 제어된다. 각 아메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합리성)이 전체의 발전을 이끌지만, 그것이 전체의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필로소피'라는 강력한 규범(비합리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위대한 모순이다. 양준호 교수는 이 지점을 정확히 타격한다. 서양의 분석적 경영학과 동양의 인본주의 철학이 충돌하지 않고 융합되어, 가장 강력한 실천적 경영 도구로 탄생한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결국 옮긴이의 글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아메바 경영을 배우려거든, 그 현란한 회계 기술 이면에 흐르는 뜨거운 철학의 맥박을 놓치지 말라고. 계산기만 두드리는 자는 영원히 아메바 경영의 껍데기만 만지작거릴 뿐이다. 얼음 같은 이성과 불꽃 같은 영혼을 동시에 가슴에 품을 때, 비로소 경영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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