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아메바 경영 4-6 경비를 파악하는 방법

욕망의 절제, 혹은 낭비와의 성전(聖戰)

매출이 기업의 '체력'이라면, 경비는 기업의 몸에 끼는 '지방'이다. 지방이 과도하면 동맥경화가 오듯, 불필요한 경비는 조직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에서 경비는 "숨 쉬면 나가는 돈"으로 치부된다.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라는 안일한 타협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비란 '어쩔 수 없는 지출'이 아니라, '반드시 통제해야 할 욕망'이다. '경비를 파악하는 방법' 챕터는 이 지출의 혈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뭉뚱그려진 '잡비'는 없다. 그는 경비의 발생 시점과 귀속 처를 잔혹하리만치 명확하게 따진다. 이것은 회계 기술이 아니다. 물건 하나, 전기 1kW를 대하는 인간의 마음가짐을 뜯어고치는 정신 개조의 과정이다.


[핵심 요약] 사용한 자가 지불한다, 쓴 순간에 기록한다

저자는 경비 산정의 방식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내 살림'이라는 감각을 심어준다. 핵심은 두 가지 원칙으로 압축된다.

1. 구입 시점이 아닌 '사용 시점' (Consumption Basis)

자재를 100개 샀다고 해서 100개가 바로 경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창고에 90개가 남아 있다면, 경비는 10개뿐이다. 아메바 경영은 '구입(Purchase)'과 '비용화(Expense)'를 철저히 분리한다. 이를 통해 아메바 리더는 "재고는 돈이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한다. 창고에 쌓아두는 것 자체가 비용(금리, 공간)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2. 수익자 부담의 원칙 (Beneficiary Pays Principle)

"누가 썼는지 모르는 돈"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용 복사기, 공용 회의실, 심지어 본사 건물의 관리비까지. 그 혜택을 누린 아메바가 비용을 분담한다. 이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시장의 진리를 사내에 구현하는 것이다. 내가 쓰지 않은 비용을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더들은 경비 배분의 공정성에 눈을 부릅뜨게 된다.


[주요 항목별 특징] 경비의 해부학

이 챕터는 경비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관리의 포인트를 제시한다.

  • 재료비 (Material Cost):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핵심은 '수율(Yield)'이다. 같은 1억 원어치 원재료로 9천만 원짜리 제품을 만드느냐, 1억 2천만 원짜리 제품을 만드느냐는 기술력과 정성에 달렸다. 남은 자재, 버려진 자재를 끝까지 추적하여 경비로 잡는다.

  • 제조 경비 (Manufacturing Overhead): 전기료, 수도료, 수선비, 감가상각비 등이다. 교세라는 각 아메바별로 계량기를 달 정도로 이를 세분화한다. "우리 아메바가 이번 달 전기를 너무 많이 썼다"는 것을 알아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판관비 및 공통비 (SG&A & Common Cost): 영업 활동비나 본사 관리 부서의 비용이다. 이것 역시 매출 비율이나 인원 비율 등 합리적인 기준(Rule)에 따라 각 아메바에게 배부된다. 이는 일선 아메바들이 본사 스태프 조직을 '자신들이 먹여 살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본사 역시 현장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적 분석] 마른 수건을 짜는 논리

이 챕터는 관리회계(Managerial Accounting)의 정밀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 즉시성의 힘: 경비 내역은 월말이 아니라, 물건을 창고에서 꺼내가는 그 순간 집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 아침 채산표에 반영된다. 이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이 경비 절감을 '습관'으로 만든다.

  • 심리적 통제: 자신의 성과급이나 실적 평가가 '경비'에 의해 직접적으로 깎여나가는 구조를 만든다. "회사 돈"이 아니라 "내 돈"이 나간다는 느낌을 갖게 설계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나사 하나를 줍는 행위는 도덕심이 아니라, 이 치밀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 비가시적 비용의 가시화: 감가상각비나 금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아메바의 손익 계산서에 포함시킨다. 리더들에게 자본 비용(Cost of Capital)의 개념을 교육시키는 실전 MBA 코스나 다름없다.


[명구 인용] 낭비에 대한 통렬한 일갈

저자는 경비 절감이 쪼잔한 절약이 아니라, 경영의 가장 기본적이고 숭고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매출을 늘리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어렵지만, 경비를 줄이는 것은 우리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이익의 원천은 내부에 있다."

"바닥에 떨어진 원자재를 보고 아무런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경영자가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흘린 땀의 결정체다."

"경비는 쓴 만큼 성과로 돌아와야 한다.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지출은 경비가 아니라 낭비다. 낭비는 기업을 죽이는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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