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것은 죽은 것이다: 유수(流水)와 같은 조직
대부분의 기업에서 조직 개편은 연례행사이거나, 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대수술이다. 부서 하나를 만들거나 없애기 위해 수많은 결재 서류가 오가고, 구성원들은 자리 보전을 걱정하며 웅성거린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느려터진 '콘크리트 조직'을 경멸한다. 시장은 살아있는 짐승처럼 매 순간 변모하는데, 그것을 상대하는 조직이 굳어 있다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 챕터는 아메바 경영의 역동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조직도(Organization Chart)는 바위에 새긴 비문이 아니라, 물 위에 쓴 글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가변적인 것이다. 돈이 되면 뭉치고, 필요하면 쪼개고, 소명(召命)이 다하면 흩어진다. 이것은 경영학이라기보다 생물학에 가깝다.
[핵심 요약]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변태(變態)
저자가 말하는 유연성은 단순한 '융통성' 정도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형태 변화다.
1. 조변석개(朝變夕改)의 정당성
아침에 만든 조직을 저녁에 고쳐도 좋다. 아메바는 제품별, 공정별, 지역별, 고객별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분열하고 증식한다. 새로운 시장 기회가 보이면 즉시 서너 명을 떼어내 '독립 아메바'를 만들고 사장(리더)을 임명한다. 반대로 시장이 죽으면 그 아메바를 해체하고 다른 곳으로 흡수시킨다.
2. 리더의 제1 책무: 조직 설계
조직을 짜는 것은 인사팀의 고유 권한이 아니다. 현장을 지휘하는 아메바 경영자가 전권을 쥔다. "지금 이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대형(隊形)이 필요한가?"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장 지휘관이기 때문이다.
3. 기회를 놓치지 않는 속도전
관료적인 조직은 기회를 보고하고 승인받는 동안 기회를 놓친다. 아메바 경영은 즉석에서 조직을 분할하여 전담 부대를 만듦으로써, 기회를 포착하는 속도를 극대화한다.
[전문가적 분석] 유동성(Liquidity)의 경영학
이 챕터는 조직론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안정성이 아닌 '불안정의 역동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의 최소화: 잘 나가는 사업부가 못 나가는 사업부의 적자에 묻히는 것을 방지한다. 잘 되는 조직을 떼어내어(Spin-off) 더 크게 키우고, 안 되는 조직은 도려내어 손실을 확정 짓는다. 이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인재의 무한 테스트: 조직이 수시로 생기고 없어지면서, 수많은 리더 자리가 창출된다. 누가 난세의 영웅인지, 누가 평시의 관리자인지 끊임없이 검증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관료주의의 예방: 조직이 고정되면 그 위에 권위가 자란다. 하지만 조직이 수시로 바뀌면 권위가 뿌리내릴 틈이 없다. 오직 '시장 대응'이라는 목적만이 유일한 권위가 된다.
[명구 인용]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저자는 조직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을 지키는 것이 리더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조직은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다. 환경이 변하고 전략이 바뀌면 조직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조직도에 얽매이는 것은 망조(亡兆)의 시작이다."
"필요하다면 당장 오늘이라도 아메바를 나누거나 합쳐라. 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이미 죽은 조직이다."
"유연성이란 무질서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이라는 거친 파도를 타기 위해 끊임없이 무게중심을 옮기는 서퍼(Surfer)의 균형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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