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아메바 경영 - 이나모리의 편지

벼랑 끝에서의 절규, 그리고 환골탈태(換骨奪胎)

책의 첫머리부터 비장감이 감돈다. 이것은 한가한 경영학 강의노트가 아니다. 피비린내 나는 비즈니스 정글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살아남은 노병(老兵)이 던지는, 생존에 관한 무거운 화두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을 빌려, 지금도 안온함에 취해있는 경영자들과 직장인들의 뺨을 후려친다.

그가 진단하는 현대 기업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필연적으로 '대기업병'이라는 만성 질환에 시달린다. 관료주의라는 비만증, 책임 회피라는 무기력증. 구성원들은 거대한 기계의 녹슨 부속품이 되어 오직 상부의 지시만을 기다린다. '내 월급'은 중요하지만 '회사의 생존'은 남의 얘기다.

저자는 묻는다. 이런 나약해 빠진 체질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파도를 넘을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흑자를 내고 있다고 안심하는가? 그것은 폭풍 전의 고요이거나, 서서히 끓어오르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 뼈를 바꾸고 태를 빼앗는 고통이 따르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잔혹하리만치 명쾌하다. 시장의 냉혹한 원리를 조직 내부로 고스란히 끌어들이는 것이다. 밖에서 부는 비바람을 막아주던 온실의 두꺼운 유리를 깨뜨려야 한다.

어떻게? 조직을 잘게 쪼개어 그 하나하나를 독립된 '전투 단위'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잘게 쪼개고, 그 작은 조직의 리더가 마치 중소기업의 사장처럼 경영자 의식을 갖고 독자적으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서문은 아메바 경영이라는 대수술을 앞두고 집도의가 환자(기업)와 보호자(직원)에게 보내는 동의서와 같다. "이 수술은 아플 것입니다. 모두가 경영의 압박을 느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수술을 받지 않으면 당신들은 죽습니다."

결국 이나모리 가즈오가 이 짧은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조직, 소수 엘리트의 머리로만 움직이는 거대한 공룡은 도태된다는 냉엄한 진실. 아메바 경영은 비대한 조직의 군살을 도려내고, 구성원 전원의 세포 하나하나에 야생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처절한 생존 전략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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