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아메바 경영 5-2 아메바 경영을 지탱하는 경영철학

자유를 제어하는 보이지 않는 족쇄, 혹은 날개

시스템은 완벽할 수 없다. 아메바 경영이라는 정교한 메커니즘도 결국 인간의 욕망 위에 세워진 모래성일 수 있다. 조직을 잘게 쪼개고 경쟁을 시키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심을 드러낸다. "내 아메바만 잘 살면 된다"는 배타적 이기주의. 이것이 아메바 경영이 가진 태생적 위험이자, 시스템만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틈새다.

이 챕터 '아메바 경영을 지탱하는 경영철학'은 그 틈새를 메우는 접착제에 관한 이야기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술(Techne)의 빈자리를 덕(Virtue)으로 채운다. 수천 명의 리더에게 막강한 권한(자유)을 주면서도, 조직이 공중분해 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 모두가 **'교세라 필로소피'**라는 하나의 경전(Classic)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교가 아니다. 가장 실용적인 통제 장치다. 법과 규정으로 인간을 옭아매는 대신,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가"라는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드는 고도의 경영 통치술이다.


[핵심 요약] 이기심이라는 야수를 다스리는 고삐

저자는 아메바 경영이라는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에 걸맞은 고결한 정신적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1. 성과주의의 역설: 돈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가장 놀랍고도 논쟁적인 부분이다. 보통의 성과주의라면 이익을 많이 낸 아메바에게 파격적인 금전적 보상을 줘야 한다. 그러나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를 거부한다.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아메바는 숫자를 조작하고 동료를 착취하며 단기 이익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그는 돈 대신 '명예'와 '상호 인정', 그리고 '회사의 발전이 나의 행복'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보상의 핵심으로 삼는다.

2. 능력의 사유화(私有化) 경계

"재능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저자는 리더의 뛰어난 능력이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쓰이는 것을 경계한다. 리더의 재능은 부하 직원과 사회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재능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이것이 없으면 똑똑한 리더가 조직을 망치는 독재자가 된다.

3. 가족주의적 신뢰 (Partnership)

노사 관계, 상하 관계가 아니라 '동지적 관계'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이중 삼중의 감시 비용이 든다. 필로소피를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며, 이는 조직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사회적 자본이 된다.


[주요 항목별 특징] 영혼을 묶는 세 가지 끈

이 챕터는 아메바 경영이 정글의 법칙으로 흐르지 않도록 잡아주는 안전장치들을 소개한다.

  • 실력주의와 인격주의의 조화: 아메바의 리더는 실력으로 뽑는다(실력주의). 하지만 그 리더가 조직을 이끌 때는 인격으로 대우받는다. 만약 실력은 좋은데 인격이 나쁘다면? 그는 리더 자격이 없다. 철학은 능력의 우열보다 인간됨의 깊이를 우선한다.

  • 공평무사(公平無私)한 평가: 리더가 자기 아메바의 이익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지,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철학'이다. 경영진은 숫자의 결과뿐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들어낸 과정의 도덕성을 엄격하게 심사한다.

  • 전원 참여의 토대: 철학이 공유되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경영자와 말단 사원이 같은 언어(철학)로 소통할 때, 비로소 '전원 참가 경영'이 가능해진다. 철학은 조직의 공용어(Lingua Franca)다.


[전문가적 분석] 소프트 컨트롤(Soft Control)의 극치

이 챕터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문화에 의한 통제(Clan Control)'의 완벽한 사례다.

  • 규율 없는 질서: 매뉴얼이 두꺼울수록 직원은 수동적이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매뉴얼을 없애는 대신 철학을 심었다. "규칙은 없지만 원칙은 있다." 이 역설이 리더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게 만드는 자율 정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 장기적 인센티브의 설계: 당장의 현금 보너스를 주지 않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직원을 '용병'이 아닌 '가족'으로 만들겠다는 장기적 포석이다. "당장의 보너스는 없지만, 회사가 성장하면 당신의 고용과 미래를 끝까지 책임지겠다." 이 암묵적 계약이 더 강력한 충성심을 낳는다.

  •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 아메바 경영이 조직을 밖으로 찢어놓는 원심력이라면, 경영철학은 그들을 안으로 단단히 묶어두는 구심력이다. 이 두 힘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룰 때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명구 인용] 탐욕을 경계하는 현자의 목소리

저자는 경영의 목적이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도(道)임을 강조한다.

"자신의 재능을 사유물로 착각하지 마라. 당신의 능력은 우연히 당신에게 주어진 것일 뿐, 그것은 세상을 위해 쓰라고 신이 잠시 맡겨둔 것이다."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전적 욕망은 채울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오직 숭고한 사명감만이 인간을 지치지 않고 달리게 만든다."

"경영이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올바른 철학이 없는 기술은 흉기이며, 영혼이 없는 숫자는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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