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짐의 미학, 그리고 야생의 경영
거대한 조직이 비대해지면 필연적으로 관료주의라는 동맥경화에 걸리기 마련이다.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책임 소재는 흐릿해지며, 구성원은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거인의 몸속에 야생의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의 저서 『아메바 경영』은 단순한 경영 기법서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이라는 무기물에 생명을 부여하려는 치열한 철학적 시도다.
이름부터 얼마나 역동적인가. 아메바라니. 환경에 따라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끊임없이 분열하며 증식하는 단세포 생물. 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업을 거대하고 경직된 피라미드가 아닌, 살아서 꿈틀대는 아메바들의 집합체로 보았다.
책의 골자는 명쾌하다. '잘게 쪼개는 것'이다. 수천, 수만 명의 거대한 조직을 대여섯 명, 혹은 수십 명 단위의 소집단(아메바)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 아메바에 독립적인 채산성을 부여한다. 마치 거대한 항공모함을 수백 개의 날렵한 고속정으로 나누는 것과 같다.
각 아메바의 리더는 작은 회사의 사장이 된다. 그들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절감하며,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잔인해 보이지만, 저자는 이를 통해 구성원 하나하나를 '부품'이 아닌 '주인'으로 격상시키려 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전 사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자 의식을 갖도록 한다."
이것이 아메바 경영의 심장이다. 숫자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말단 사원도 오늘의 내 노동이 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혹은 손해를 끼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내 일'과 '회사의 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조직은 폭발적인 효율성을 얻는다. 남의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 살림을 꾸리는 치열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오독하면 위험하다. 『아메바 경영』을 단순히 성과주의로 내몰아 구성원들을 쥐어짜는 기술로만 이해한다면, 그것은 껍데기만 본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진정으로 우려했던 것은 독립된 아메바들이 제 잇속만 차리다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이기심의 발호'였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강력한 제어 장치, 바로 '철학'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의 기술 이전에 인간의 도리를 물었다. 그가 교세라 필로소피를 통해 끊임없이 강조한 **"인간으로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질문은, 자칫 탐욕으로 흐를 수 있는 치열한 숫자 싸움터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이다.
그가 설계한 시스템은 사리사욕이 아닌 공익을 추구할 때, 그리고 리더가 자신을 희생하며 솔선수범할 때 비로소 건강하게 작동한다. 저자의 깊은 뜻은 여기에 있다. 아메바 경영은 '돈을 버는 기계'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도덕적인 인간 집단'이 시장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명서다.
『아메바 경영』은 차가운 계산기와 뜨거운 심장의 결합이다. 시장의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야수성과, 인간 존중이라는 고도의 정신성이 공존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구성원 모두에게 경영자의 무게를 나눠 짊어지게 하니까. 하지만 그 무게를 견뎌낼 때, 노동은 단순히 밥벌이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치열한 장이 된다.
책을 덮으며 이나모리 가즈오가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를 느낀다. 당신의 조직은 살아 꿈틀대는 유기체인가, 아니면 녹슬어가는 거대한 기계 덩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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