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부당 내부거래 및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해 유례없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였다. 이번 조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부당지원 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 행위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적발된 4개 기업집단에 부과된 총 935억 원의 과징금과 주요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은 시장 경제의 파수꾼으로서 공정위의 의지를 극명히 드러낸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주요 제재 사례의 구체적 실태와 위반 구조
금번 제재 대상이 된 사례들은 공공택지, 금융 파생상품, 건설 실적 등 기업의 핵심 자산이 사유화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째, A건설의 사례는 '공공택지 전매'라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법을 차용했다. 주력 계열사가 확보한 우량 사업부지를 자금력과 시행 능력이 부족한 특정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넘김으로써, 해당 계열사가 아무런 노력 없이 막대한 개발 이익을 향유하게 했다. 이는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기회를 박탈하고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행위로 간주되었다.
둘째, C건설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무상 신용보강' 행위로 적발되었다. 총수 2세가 소유한 법인이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주력 계열사의 신용력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PF 대출 등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도운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법인의 자산을 총수 일가의 사적 자산처럼 활용한 사익 편취의 전형이다.
셋째, 기업집단 E는 '총수익스와프(TRS)'라는 복잡한 금융 기법을 동원하여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가 발행한 영구전환사채(PCB)를 금융기관이 인수하도록 유도하면서, 지주회사가 모든 위험을 부담하는 TRS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시장의 퇴출 기표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부실 법인을 존속시킨 심각한 시장 왜곡 행위다.
마지막으로 중견 집단 G는 '벌떼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공사 물량을 시공 실적이 전무한 계열사에 배분하며 건설업계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했다.
법인의 재무적 손실과 대외적 신뢰도 저하
적발된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은 단순히 과징금의 액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먼저, 935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은 해당 법인의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며, 이는 주주 배당 감소와 투자 재원 고갈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검찰 고발에 따른 사법 리스크는 국내외 신용평가사의 등급 조정 사유가 되어, 향후 자금 조달 시 이자 비용 상승이라는 장기적인 재무 부담을 초래한다. 특히 공공사업 입찰 제한 가능성과 ESG 경영 평가에서의 최하위 등급 부여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경영자 책임의 확장과 형사적 리스크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점은 법인을 넘어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추궁이 강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가 3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내부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한 경영진에 대한 형사 처벌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은 형법상 배임죄와 맞닿아 있으며, 이는 경영진의 인신 구속과 경영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승계를 돕기 위해 법인에 손실을 끼친 행위는 향후 사법부의 엄격한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점
현대의 기업 경영에서 내부거래의 투명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과거 효율성이라는 명목하에 묵인되었던 계열사 간 거래는 이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반칙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기업들은 내부 거래 발생 시 '제3자 간 거래 조건(Arm's Length Principle)'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문서화하여 객관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금융 기법을 활용한 우회 지원은 공정위의 정밀 분석 도구에 의해 반드시 포착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정위가 예고한 대로 내년에는 식품, 의료 등 민생 밀접 분야와 금융 분야에서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자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의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강화하여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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